'쿠키런 말고 뭐 있어?' 무시했는데…2주 만에 57% '급등'

입력 2023-09-09 08:00   수정 2023-09-09 14:34


연기금이 '쿠키런'을 사고 있다. 게임주가 부진의 늪에 빠진 가운데 쿠키런 시리즈로 유명한 데브시스터즈가 기관 매수세에 강세를 보이고 있다. 사자세에 적극적으로 나선 기관이 연기금이다보니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데브시스터즈는 5만22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데브시스터즈의 52주 최저가는 지난달 23일 기록한 3만3250원이었지만, 2주만에 57% 급등하게 됐다. 4018억원이었던 시가총액도 6214억원으로 불어났다.

주가가 상승 랠리에 들어선 지난달 24일부터다. 전날까지 기관은 84억원을 순매수했다. 이 가운데 연기금이 48억원을 차지했다. 반면 개인은 86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게임주에 대한 우려가 불거진 와중에 나온 성과라 더 큰 주목을 받고 있다. 국내 주요 게임사는 2분기 일제히 역성장했다. 엔씨소프트의 2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독이 대비 71.3% 감소했다. 넷마블, 컴투스는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KRX 게임 K-뉴딜지수는 연초 대비 23.9% 하락했다.

모바일 역할수행게임(RPG) '쿠키런: 킹덤'에 대한 기대감이 주가를 밀어 올린 것으로 보인다. 현재 데브시스터즈는 중국 시장에서 쿠키런: 킹덤의 2차 현지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테스트 첫날부터 중국 앱마켓 플랫폼 '탭탭(TapTap)'에서 예약 순위, 인기 검색어 1위에 올랐다. 정식 출시일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사전 예약자 수는 이미 300만명을 돌파해 흥행에 청신호가 켜진 상황이다. 과거 쿠키런: 킹덤이 일본에 진출했을 때도 주가가 급등한 바 있다.

이승훈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쿠키런: 킹덤의 흥행력은 국내에서도 입증됐다"며 "중국 게임 시장은 국내보다 5~10배 크기 때문에 기대감이 고조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과거 중국에 진출한 국내 게임 중 일부는 콘텐츠가 너무 일찍 소진돼 초기 성과를 유지하지 못하기도 했다"며 "쿠키런: 킹덤은 한국에서 1년 이상 서비스하며 콘텐츠를 많이 모아뒀기 때문에 흥행 여부에 따라 데브시스터즈의 주가가 더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데브시스터즈가 '쿠키런' 지식재산권(IP) 의존도가 높은 점을 우려하고 있다. 앞서 데드사이드클럽, 스타일릿 등 여러 게임을 출시했지만, 영향력이 미미했다. 이에 대해 데브시스터즈는 신규 IP '브릭시티'를 통해 IP를 다양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달 24일 출시된 모바일 게임 브릭시티는 블록 7000여 개를 활용해 이용자가 자유롭게 자신만의 도시를 건설하는 게임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마인크래프트'와 비슷하다. 브릭시티는 출시 하루 만에 국내 애플 앱스토어 인기 순위 1위에 등극하며 순항하고 있다. 미국·캐나다의 앱스토어에선 7위까지 올랐다.

쿠키런 IP를 대중화하기 위해 활용처도 넓히고 있다. 지난 1일 데브시스터즈는 쿠키런 IP에 기반한 TCG(트레이딩카드 게임)인 '쿠키런: 브레이버스'를 선보였다. TCG는 카드를 모아 덱을 구성해 경쟁하는 일종의 보드게임이다.

이승훈 연구원은 "쿠키런 IP는 인지도나 흥행력 면에서 입증이 된 IP"라며 "해당 IP를 활용해 다양한 게임들이 출시되고 있고, 중국 시장에서 성과를 거둔다면 단일 IP 리스크는 탈피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신작에 대한 기대감과 별개로 데브시스터즈의 실적은 여전히 부진하다. 데브시스터즈는 5개 분기 연속 영업적자를 이어오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새로 준비하고 있는 게임 개발 비용, 마케팅비 등이 실적에 반영돼 적자를 기록했다"며 "쿠키런: 브레이버스, 브릭시티가 공식 출시되면 실적은 점차 개선될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데브시스터즈는 4분기 68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분기 기준 흑자전환할 것으로 전망된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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