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보수당은 올해로 13년 동안 집권 중이다. 그런데도 이들은 요즘 무능력한 갱단처럼 보인다. 최근 영국 학교 건물이 붕괴할 위험이 커지면서 개학을 앞두고 150곳 이상의 학교가 폐쇄됐다. 최대 10만 명의 학생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태다. 그전에는 난민 신청자를 수용하는 바지선에서 레지오넬라균이 발견돼 소동이 일어났다. 그 외에도 다수의 문제가 발생했다.
보수당이 2010년 정권을 잡았을 때 한 ‘악마의 거래’가 가장 큰 원인이다. 이제 그 대가를 치르고 있는 것뿐이다. ‘거래’의 골자는 정부 지출과 관련됐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영국이 휘청거리고 있던 2010년 보수당 소속인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와 조지 오즈번 재무장관이 취임했다. 2009~2010회계연도에 영국 정부의 재정 지출은 국내총생산(GDP)의 46% 이상으로, 1970년대 중반 이후 유례없는 수준으로 확대됐다. 재정적자는 GDP의 10% 이상이었다.
이 약속의 핵심은 아웃소싱 확대였다. 일부 세금 관리, 비자 업무, 교도소 업무 등 공공 서비스를 민간 기업이 더 많이 담당하게 됐다. 하지만 기대만큼 서비스 품질이 좋아지지는 않았다. 그래도 이런 조치는 정부 지출의 외형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됐다. 코로나19 팬데믹이 본격화하기 전인 2019~2020회계연도에는 재정 지출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9.5%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보수당이 채택한 GDP 대비 재정 지출 제한 목표는 너무나 단순했다. 사실 인플레이션을 반영한 영국 재정 지출은 2013~2014회계연도에 보수당 집권 초기보다 1.4% 줄었다가 10년 뒤엔 오히려 초기보다 3.5% 늘었다.
유능한 정부가 되려면 충분한 현금이 필요하다. 그런데 수낵 총리가 이끄는 보수당은 복지 확대와 증세의 한계에 부딪히면서, 정부의 기본 업무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현금이 부족해졌다.
결과적으로 보수당의 핵심 경쟁력인 행정 역량이 약해졌다. 보수당이 다음 선거에서 진다면, 그 이유는 복지의 현실화 실패와 복지 증대에 따른 타 분야의 예산 부족이라는 두 가지 실책 때문일 것이다.
이 글은 ‘Conservative Servants of the Welfare State’를 한국경제신문이 번역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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