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쓴 송정희는 뒤늦게 미술에 매혹돼 제주에 갤러리를 열어 운영하고 있다. 10년 동안 영자 신문 ‘제주위클리’를 발행해 외국인들에게 제주도의 아름다움을 널리 알리는 데 힘쓰기도 했다.
책에서 소개된 마리나 아브라모비치는 세르비아 출신의 행위예술가다. 1974년 이탈리아 나폴리의 한 갤러리에서 6시간 동안 펼친 퍼포먼스 ‘리듬 0’으로 유명하다. 탁자 위에 72개의 물건이 놓였다. 장미, 깃털, 물이 채워진 유리컵, 채찍, 가위, 해부용 칼, 총과 탄알 등이었다. 관객은 이 물건으로 아브라모비치의 몸을 마음대로 할 수 있었다.
처음엔 그에게 장미를 건네고 깃털로 간지럽히는 수준에 머물렀지만 누군가는 장미 가시를 아브라모비치에게 꽂거나, 옷을 찢거나, 입술에 상처를 냈다. 급기야 총알을 권총에 장전해 그의 머리에 겨누는 관객까지 등장했다. 아브라모비치는 자신의 작업을 이렇게 설명한다. “나는 호기심이 많은 예술가다. 나는 내가 좋아하는 것만을 하지 않는다. 오히려 어렵고 두려운 것을 해본다.”
우리는 왜 그림에 매혹될까. 아름답기 때문만은 아니다. 저자는 “미술관에서 꼭 봐야 한다고 일컬어지는 그림보다는 내가 처한 상황에서 마음에 불쑥 들어오는 그림이 더 깊숙이 남는다”고 말한다. 책에는 그렇게 저자가 매혹된 작품들이 담겨 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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