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식품의약국(FDA) 최초 승인, 나스닥 상장 등 디지털 치료제의 선두주자로 달려왔던 미국 페어테라퓨틱스가 파산한 것은 학회에서도 충격적인 화제였다. FDA 관문을 통과한 지 6년을 채 못 넘기고 시장에서 사라진 것은 경험이 부족한 스타트업의 실패인가, 아니면 디지털 헬스케어를 둘러싼 미성숙한 보건의료 생태계 탓일까.
학회 발표자들은 디지털 치료제가 여전히 뿌리내리지 못하는 이유로 의사의 처방 부족을 지적했다. 긍정적 결과를 보여주려면 몇 년, 적어도 몇 달은 필요한데 의사들은 디지털 치료제 자체에 대한 신뢰 부족으로 임상 처방을 꺼리고 있다는 것이다. 디지털 치료제가 의사 처방에 따라 사용된다는 점을 강조하며 최근 PDT(처방 디지털 치료제)라는 새 용어가 생기게 된 배경이다. 환자가 적응하기 어려운 치료법이라는 점도 지적됐다. 전문가들은 기존 치료 경로에 새로운 치료법을 통합해야 환자 순응도를 높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동안 개발자들은 소극적인 보험 채택 속도에 불만을 토로해왔지만, 보험자(payer)들은 효과를 입증할 수 있는 과학적인 데이터(리얼월드 데이터)부터 내놓으라고 주장하고 있다. 장기적인 효과를 입증할 데이터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보험자 관점에서는 알코올중독이나 불면증보다 당뇨, 심장병, 천식, 만성 폐쇄성 폐질환 같은 질환 개선을 위한 디지털 치료제에 더 관심이 높다는 서베이 결과도 공유됐다.
디지털 치료제가 기존 제약이나 의료기기가 보여준 비용 대비 효과를 넘어서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많은 영업사원을 움직이는, 시장지배력이 탁월한 대형 제약사나 의료기기회사를 넘어서는 것도 쉽지 않은 환경이다.
디지털 헬스 치료제를 개발 중인 유능한 젊은 의학자에게 비즈니스 모델을 마련하는 것도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조언하고 싶다. 페어테라퓨틱스 실패에 대한 면밀한 분석과 비즈니스 모델 전략이 절실하다.
정부의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 육성 정책에 기대어 시장에 제품을 잠시, 반짝 선보일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지속 가능한 디지털 헬스 산업을 이끌기 위해선 보험급여 이상의 명확한 수익구조가 필요하다. 현행 건강보험 체계에서 현실은 결코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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