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애월읍 ‘애월 카페거리’에서 젊은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카페를 운영하는 박상현 씨(39). 그는 요즘 코로나19가 창궐한 2020년 이후 가장 심한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여름 휴가철인 지난 7~8월 매출을 정산해 봤더니, 전년 동기 대비 반토막 났기 때문이다. 박씨는 “코로나 팬데믹(대유행)을 거치면서 국내 관광객들 사이에 ‘제주 물가가 비싸다’는 인식이 굳어졌다”며 “엔저로 인해 일본 여행을 택하는 관광객도 폭증해 제주가 큰 타격을 받고 있다”고 했다.
한국을 대표하는 관광지 제주도의 관광 업황이 빠르게 악화하고 있다. 8일 제주관광협회에 따르면 올해 여름휴가 기간(7~8월)에 제주도를 찾은 관광객은 230만8261명으로, 전년 동기(254만2965명) 대비 9.2% 감소했다.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 이후 제주도를 방문하는 외국인이 16만 명 이상 늘어난 영향으로 감소 폭이 가까스로 두 자릿수를 넘기진 않았다. 하지만 한국인 여행객이 40만 명 가까이 줄어드는 바람에 도내 각종 관광 관련 지표는 급격히 나빠지는 추세다.
지난달 제주 시내 특급호텔 가동 객실은 전년 동월 대비 20% 줄었다. 같은 기간 운영 전세버스와 렌터카 수는 각각 20%, 25% 감소했다. 반면 7월 일본을 찾은 한국인은 62만6800명으로, 전년 동월(2만384명) 대비 30배 급증했다.
관광업계에선 제주도가 썰물처럼 빠져나간 여행객을 다시 유인하려면 취약한 관광 콘텐츠를 개선하는 게 급선무라고 입을 모은다. 수려한 자연경관에만 의존해선 엔저가 해결되더라도 여행 시장의 핵심 소비층으로 부상한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관심을 끄는 데 한계가 있다는 얘기다.
문화·예술, 쇼핑시설 등의 경쟁력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훈 한양대 관광학과 교수는 “제주는 지금의 위기 국면을 관광 콘텐츠를 전반적으로 재정비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며 “천혜의 자연환경을 갖춘 만큼 다른 콘텐츠만 잘 육성하면 해외 관광지와 비교해 충분히 경쟁력이 있는 곳”이라고 말했다.
제주=이미경 기자 capit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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