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공사비 갈등에…정비사업 시공사 선정 난항

입력 2023-09-10 17:40   수정 2023-09-11 13:58

건설 경기 악화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경색 등으로 재건축·재개발 정비사업 조합의 시공사 선정에 빨간불이 켜졌다. 건설사에서 공사비 갈등을 우려해 수주를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 핵심지 사업장의 현장 설명회엔 건설사가 모두 불참하는 일도 벌어졌다. 전문가들은 조합이 건설사에 먼저 현실적인 공사비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10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성동구 응봉신동아 리모델링 조합은 최근 시공사 선정을 위한 현장 설명회를 열었다. 하지만 건설사가 모두 불참하며 파행을 겪었다. 앞서 조합은 시공능력평가 상위 32개 업체에 모두 현장 설명회 참여를 요청했다. 그러나 시공에 나서겠다고 응답한 건설사는 한 곳도 없었다.

이 단지는 434가구 규모다. 작년 4월 호반건설과 쌍용건설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우선협상에 나섰다. 그러나 내부 사업투자심의를 통과하지 못해 시공이 무산됐고, 조합은 새 시공사를 찾고 있다. 조합 측은 3.3㎡당 710만원 수준의 공사비를 예상하고 있지만, 건설사에선 공사비가 너무 낮아 향후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앞서 시공사 교체를 단행한 경기 성남시 매화마을2단지 리모델링 조합은 최근 한화 건설부문을 시공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지난해 6월 공사비 갈등으로 삼성물산GS건설 컨소시엄과의 우선협상이 결렬된 뒤 1년여 만이다. 조합은 주변 단지의 공사비가 3.3㎡당 700만원대에 형성된 만큼 비슷한 수준에서 공사비 협상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한다.

공사비 갈등으로 시공사 교체 카드를 꺼내 들었다가 취소한 사례도 있다. 서울 서대문구 홍제3 재건축 조합은 최근 총회에 상정을 예고했던 시공사 선정 취소 안건을 철회했다. 조합은 3.3㎡당 898만원의 공사비를 제시한 시공사와 갈등을 겪었다. 그러나 최근 협상을 통해 가격 재조정을 협상하고 있다. 시공 계약을 해지하더라도 새 건설사를 찾기 어려울 수 있다는 조합 내부 불안도 안건 철회에 영향을 미쳤다.

정비업계에선 조합이 먼저 현실적인 공사비를 제시하지 못하면 시공사 선정에 어려움을 겪는 곳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유오상 기자 osy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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