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권침해를 대비해 보험에 가입한 교사가 5년 새 다섯 배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학생에 의한 교권침해, 학부모 민원에 따른 소송 등이 잇따르고 있지만 학교가 지켜주지 못한다는 불안이 커진 데 따른 것이다.
교권침해 보험료 다섯 배로 늘어
10일 한국경제신문이 문정복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6일까지 교권침해 보험에 가입한 교원 수(누적)는 8093명이다. 2018년(1477명)보다 다섯 배 넘게 늘어났다. 교사들이 납입한 보험료도 4834만원에서 2억2285만원으로 증가했다. 2019년 정점을 찍은 교권침해 보험 가입 교사 수는 차츰 줄어들다가 올해를 기점으로 다시 급증했다. 교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만큼 우려도 커진 데 따른 것이란 분석이다.교권침해 보험은 ‘무배당 하나가득담은교직원안심보험’이라는 상품에 부속된 선택 특약 중 하나다. 나이와 성별에 따라 다르지만 월 1만원 정도로 가입할 수 있다. 각 학교가 운영하는 교권보호위원회가 교권침해 사실을 인정하면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 올 들어 지난 6일까지 교권침해로 보험료가 지급된 건수는 95건에 달한다. 지난해 전체 지급 건수(97건)와 비슷하다.
올 들어 보험금을 받은 교권침해 사례를 보면 지시 불응 및 위협이 39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폭언(21건), 명예훼손(18건), 성희롱(8건), 폭행(8건)이었다. 전체의 95.7%(91건)는 학생에 의한 교권침해였다.
“공적인 보호장치 마련해야”
교사들이 교권침해 보험에 가입하는 이유는 다른 안전장치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보험에 가입한 한 초등교사는 “교권침해가 일어났을 때 학교나 교육청이 교사를 지켜주지 않기 때문에 가입했다”고 말했다.각 시·도교육청에는 교권을 침해받은 교원을 위한 제도가 있다. 대표적인 곳이 서울교육청이다. 2020년부터 전국 최초로 교원안심공제제도를 도입했다. 서울 교원은 모두 자동으로 가입된다. 이를 통해 서울 교사들은 경호 서비스, 전문가에 의한 조정, 상해 치료비 지원, 심리 상담료 지원, 민·형사상 소송비 지원 등을 받을 수 있다. 충남에서도 학교안전공제회에서 ‘교원안심공제’를 운영하고 있다. 경기 등 15개 교육청은 민간에서 운영하는 ‘교원배상책임보험’에 가입했다. 학교 교권보호위원회에서 교권침해로 인정받으면 학교안전공제회를 통해 병원비를 받을 수 있다. 학부모 등에게 소송을 당할 때도 보험에서 혜택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이것으론 부족하다는 게 교사들의 의견이다. 예를 들어 학교안전공제회는 입원비만 지원해준다. 또 소송비용을 지원하는 교원배상책임보험은 시·도교육청별로 보상 범위가 다르다. 또 교사 과실이 약간이라도 있는 것으로 드러나면 보험금이 지급되지 않는다. 설사 받는다고 해도 무죄 판결이 난 후에야 소급해 지원하기 때문에 개개인의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교육부는 제도 개선에 나섰다. 지난달 ‘교권 회복 및 보호 강화 종합방안’을 발표하며 교원배상책임보험의 보장 범위를 넓혀 시·도별 편차를 없애고 상향 평준화하기 위해 표준모델을 개발하겠다고 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달 안에 표준모델을 보급하고 예산에 반영해 내년부터 현장에 적용하겠다”며 “학교안전공제회 등에 보험 위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교원지위법 개정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 의원은 “교권침해에 대한 대비가 부족하다 보니 교사들이 사보험에 의존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공공 영역에서 교원배상책임보험과 같이 보상 범위를 넓히는 방안을 강구해 교원이 안심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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