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벌을 강화하는 것은 범죄의 기대 비용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 특히 사형은 범죄자가 치러야 할 대가를 극대화한다. 무차별 흉기 난동 등 비인도적 범죄에 대해 사형을 집행하자는 주장이 나오는 배경이다. 한국은 1997년 12월 30일을 마지막으로 사형을 집행하지 않은 ‘사실상 사형제 폐지 국가’다.
그러나 사형이 흉악 범죄를 줄이는 효과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명확한 결론이 나지 않았다. 한국의 연간 살인사건(살인미수 포함)은 1990년대 초반 600건 안팎에서 점차 증가해 2010년 무렵 1200건에 이르렀지만, 그 뒤로는 감소하는 추세다. 지난해엔 702건으로 마지막 사형 집행 연도인 1997년(784건)보다 적었다.
범죄자가 기대 이익과 기대 비용을 계산해 ‘합리적 판단’을 한다는 전제에도 허점이 있다. 대낮 길거리 흉기 난동과 같은 극악무도한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이 과연 사형당할 것이 무서워 범행을 포기하겠느냐는 주장이다. 범죄의 편익이 비용을 앞지른다고 해서 모든 사람이 범행을 시도하는 것도 아니다. 범죄에 대한 비용·편익 분석이 지니는 한계다.
한국의 경찰 총인원은 13만 명가량이다. 이 인원을 100만 명으로 늘린다면 틀림없이 범죄가 줄어들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재정 부담을 포함한 사회적 비용 역시 만만찮을 것이다. 따라서 범죄 억제를 위해 추가로 투입되는 비용과 추가적인 범죄 억제 효과가 같아질 때까지만 범죄 억제에 자원을 투입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 ‘최적 범죄 수준’이라고 한다.
사회 안전망을 강화하고 경제적 불평등을 완화하면 범죄의 기회비용이 높아지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조성원 조선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난해 ‘소득 불평등과 범죄율 간의 공적분 관계 분석’ 논문에서 소득 불평등이 1% 커지면 살인 범죄율이 19.0% 높아진다고 추정했다.
김일중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 연구팀은 2014년 발표한 ‘소득 불평등과 범죄 발생에 관한 실증 분석’ 논문에서 “중위 소득 대비 하위 소득의 격차가 심해지면 범죄가 뚜렷이 증가했다”며 “저소득층의 소득 개선을 위한 정책이 범죄 억지에 유익하다는 함의를 얻을 수 있다”고 했다.
유승호 경제교육연구소 기자 us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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