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국내 최대 해외 투자정보 플랫폼 한경 글로벌마켓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아프리카에서 희귀광물을 확보하기 위한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 간 협약 체결이 임박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자국 첨단 산업을 육성하려는 사우디와 중국 의존도를 줄이려는 미국의 이해관계가 맞물린 결과로 해석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0일(현지시간)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과 사우디 양국이 에너지 전환에 필요한 아프리카 희귀광물을 확보하기 위해 회담을 진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협약은 사우디벤처투자(SVC)가 콩고민주공화국(DR콩고), 기니, 나미비아 등에서 20억달러(약 2조6600억원) 규모 광산 지분을 매입하면, 미국 기업이 사우디가 소유한 생산량 일부를 구매할 수 있는 권리를 갖는 내용이 골자다.
그간 전기차 제조업체 등 미국 기업들은 아프리카 광물 시장에 직접 진출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부패가 만연한 아프리카에서 사업하려면 간혹 불법적 수단을 동원해야 하지만, 국내법을 엄격하게 적용받기 때문이다. 미 법무부는 일부 기업을 뇌물 수수 혐의로 기소하기도 했다. 그에 비해 사우디 국부펀드는 법적 제약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규제에 있어 자유롭다고 WSJ은 전했다.
사우디와 미국은 코발트 주요 생산국인 DR콩고와 구체적인 논의를 진행하기도 했다. 사우디공공투자기금(PIF)은 사우디 국영광업회사인 마덴과의 30억달러 합작 투자를 통해 DR콩고에 진출하고 싶다는 의사를 지난 6월 DR콩고 정부에 전달했다. 또 미국은 DR콩고과 배터리 가공 공장을 현지에 건설하는 안을 논의했다고 한 관계자는 전했다. DR콩고는 전 세계 코발트 약 70%를 생산하고 있다.
사우디는 아프리카 진출을 자국 산업 구조를 다각화하는 발판으로 삼으려 한다. 기존 석유 중심 경제에서 벗어나 광물 시장 영향력을 늘리고 인공지능(AI)·전기차·신재생에너지 등 첨단 산업 기반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미국은 중국에 대한 희귀광물 의존도를 낮출 수 있다. 중국은 전기차 배터리 공급망을 틀어쥐고 있다. 전 세계 코발트 공급량의 4분의3을 중국 기업이 정제하고 있으며 리튬이온배터리 약 70%도 중국에서 생산된다.
이번 협약은 전날 주요 20개국(G20) 회의에서 발표된 인도·중동·유럽 경제회랑(IMEC) 구상의 일환으로 알려졌다. IMEC는 미국 주도로 3개 권역을 철도와 항만 등 인프라로 이어 청정에너지 수송과 무역을 촉진하는 계획이다. 중국 일대일로(육상·해상 실크로드)에 대한 맞불 구상으로 평가된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