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모별로 따지면 경기 성남복정1 사업장의 연체액이 1413억원으로 가장 컸다. 경기 파주운정3(955억원)과 고양장항(522억원) 등도 500억원 이상 연체된 사업장으로 분류된다. 아예 계약금을 내지 못한 사업장도 12곳에 달한다.
공공택지는 LH가 아파트와 주상복합, 상가, 상업시설을 짓기 위해 조성하는 택지지구다. 일반적으로 LH가 아파트 용지 등을 조성하면 민간에서 낙찰받아 주택을 공급한다. 공공택지 내 공동주택 용지는 민간이 공급하는 토지보다 가격이 저렴한 데다 인허가 리스크가 작아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건설사 사이에선 이른바 ‘벌떼 입찰’이 벌어질 만큼 인기가 높았다.
그러나 지난해 건설 경기 침체 속에 금리 인상과 PF 대출 축소로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 공사비 급등과 미분양 급증으로 건설사의 자금난이 가중됐다. 업계에서 정부에 공공주택용지 전매 허용을 요구하는 이유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최근 인천 영종에서 LH가 공공주택 용지 1순위 분양에 나섰지만, 한 곳도 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했다. 주택을 공급해도 이익을 얻을 수 없다는 판단에 공공주택 용지를 반납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문제는 유찰되는 사례가 증가하면서 아예 공급 계획이 취소된 상업시설 용지가 늘고 있다는 점이다. LH는 지난달 광주·전남에서 준공된 공공택지 내 상업시설 용지 분양에 나섰는데, 수의계약으로 전환해도 분양받겠다는 업체가 없었다. 결국 지난 4일 조건을 완화하기 위해 공급을 일시 중단했다. 광주선운2 공공주택지구에 있는 상업시설 용지와 자족시설 용지 역시 주인이 나타나지 않아 공급을 중단했다.
상황이 악화하자 LH는 공급 가격을 낮추고 무이자 할부 등의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용지를 매입해야 할 개발업체는 “돈이 없어 못 산다”는 반응이다. 최근 낙찰받은 토지를 포기했다는 한 개발업체 대표는 “시장에 돈줄이 말랐다”고 말했다. PF 대출이 거의 불가능한 데다 대주단이 꾸려져도 이율이 높아 사업성이 없기 때문이다. 그는 “투자 상품인 상업시설은 주택보다도 금융비용 부담이 더 크다”며 “건물을 짓더라도 투자자와 임차인을 구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했다.
LH도 용지 매각으로 자금을 확보해야 하지만 뾰족한 해결책이 없어 난감한 상황이다. 한 지역본부 관계자는 “업계 사정을 고려해 여러 인센티브 제공을 고민하고 있다”면서도 “부동산 시장이 전반적으로 좋지 않아 매각에 차질을 빚고 있다”고 말했다.
유오상 기자 osy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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