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을 직접 진행했으면 회사가 더 커졌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투자자들에게서 많이 들었죠. 하지만 임상 역량이 부족하고 자본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기술이전이라는 전략이 흑자 회사를 만들 수 있던 비결입니다."
이상훈 에이비엘바이오 대표는 11일 서울 영등포구에서 열린 '코리아 인베스트먼트 위크 2023(KIW 2023)'에서 흑자 전환에 성공한 비결로 기술이전을 꼽았다. 에이비엘바이오는 이중항체를 이용한 면역항암제를 개발하는 기업으로 지난해 32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2016년 2월 설립 이후 첫 흑자였다.
이 대표는 비교적 빠르게 매출을 낼 수 있는 위탁생산(CMO), 바이오시밀러와 달리 신약개발은 10년 넘게 기반을 쌓아야 성과를 낼 수 있는 분야라며 신약개발 산업의 특수성을 설명했다. 그는 "신약개발 성공률은 고작 7~8%에 머물고 항암제의 경우 20개 중 1개 성공하는 수준"이라면서도 "키트루다처럼 하나의 약이 20조 원 이상의 매출을 내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실제 신약개발로 기업가치를 끌어올린 사례는 여럿 있다. 지난 8월 유전자 치료제 베오포즈를 승인받은 리제네론 파마슈티컬스는 회사가 설립된 1994년 이후 지금까지 40배 이상 성장하며 글로벌 제약사 20위 안에 이름을 올렸다. 이 대표는 "지금은 시젠으로 이름을 바꾼 시애틀제네틱스는 약물항체접합체(ADC)를 이용해 신약개발을 하고 있다"며 "20년 전 8~10달러던 주가가 200달러 이상으로 급등했고 올해 3월 화이자가 430억 달러(약56조 원)에 인수했다"고 말했다.
다만 아직 임상 허가받은 기업이 없는 한국의 실정은 다르다. 이 대표는 "한국에서 임상 성공하려면 5년 이상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며 "일본 다케다제약 등이 그간의 노하우를 쌓아 글로벌 제약사로 성장한 것을 본받아 기술이전을 먼저 시작했다"고 말했다.
에이비엘바이오는 지난해 6월 신약 후보물질의 임상 개발이 진척되면서 콤패스테라퓨틱스로부터 마일스톤 약 78억 원, 지난해 9월에는 사노피로부터 약 317억 원을 수령했다.
이 대표는 "14명으로 시작한 회사는 지난 7년간 연구원만 110명 규모로 커졌고 지금도 많은 임상이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담도암을 표적으로 한 그는 "이중항체 치료제 'ABL001'은 2차 치료제의 객관적 반응률(ORR)이 64%로 기존 아스트로제네카의 치료제보다 효능이 좋은 것으로 나타나 게임체인저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담도암은 항암 성공률이 5.8%로 매우 낮아 항암제 개발이 시급한 암종 중 하나다.
에이비엘바이오가 임상을 진행 중인 고형암 면역항암제 'ABL103'은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임상 1상 허가를 받은 상황으로 9월 말 혹은 10월 초 첫 환자 투여를 시작할 예정이다. 이 대표는 "ABL103의 경우 키트루다가 잘 작용하지 않는 환자들에게 효과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추후 키트루다가 정복하지 못한 나머지 부분에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영애 기자 0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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