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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에서 수소 경제에 대한 비관론이 나오고 있다. 수소를 생산하는 데 드는 비용이 효익을 초과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수익보다 비용이 큰 탓에 보조금만으론 시장 확대가 불가능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11일(현지시간) 영국의 헤지펀드 아르고넛 캐피털 파트너스의 창업주이자 최고 투자책임자(CIO)인 배리 노리스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수소 경제에 투자하는 것은 시간 낭비다"라고 지적했다. 노리스 CIO는 "수소 산업에 속한 기업 중 몇이나 수익을 낼지 모르겠다"며 "때문에 수소 산업에 대해 공매도를 취했다"고 밝혔다.
노리스 CIO가 수소 경제를 두고 날 선 비판을 내놓은 이유는 생산 비용 때문이다. 탄소 배출량이 없는 청정 에너지원이지만, 수소를 추출하는 데 드는 전력량이 많다. 수소 추출에 사용되는 전력 대부분은 화석연료를 활용한 화력발전에 의존하고 있다.
노리스 CIO는 "비용 측면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수소 제조 과정은 화석 연료나 원자력 발전을 통해 생산하는 것이다"라며 "친환경 에너지만으론 수소를 대량 생산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라고 강조했다.
수소 경제가 친환경적이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수소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회색(그레이) 수소는 메탄(CH4)가스를 700℃의 물과 반응시켜 추출한다. 이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 청정 에너지원을 마련하기 위해 더 많은 탄소를 배출하는 셈이다.
비용 문제도 수소 경제 활성화의 걸림돌로 꼽힌다. 청정 에너지원으로 알려진 녹색(그린) 수소를 추출하는 수전해(물을 전기 분해해 수소와 산소를 생성하는 기술) 과정에 막대한 비용이 들어간다.
노리스 CIO는 "전해질을 제조하는 과정에서 드는 초기비용은 천문학적이다"라며 "투자 비용을 회수하려면 효율성이 커야 하는데, 현재로선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다"라고 지적했다.
소비 측면에서도 수소전기차가 외면받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에너지 전문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7월 각국에 등록된 수소차 총판매량은 9천619대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9.6% 감소했다.
SNE리서치는 "전기차 시장은 규모의 경제를 갖추며 치열한 가격 할인 전쟁을 펼치고 있지만 수소차 시장은 연이어 역성장하고 있다"며 "수소차 충전 인프라 부족, 수소 충전 비용 상승, 한정된 수소 차량 선택지 등이 시장 성장을 저해하는 요소"라고 분석했다.
미국 정부가 내놓은 보조금 정책이 효과가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미국 정부는 지난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을 통해 수소 프로젝트를 지원하러 나섰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해 약 2800억달러를 수소 산업에 쏟아부었다. 2021년 대비 4배 이상 증가했다. 1년 새 미국에서 수소 관련 산업 프로젝트는 58% 증가했다.
보조금이 시장에 과도하게 뿌려진 탓에 수소 관련 종목이 과대평가 됐다는 관측이다. 미국 수소 연료 전지 회사 플러그 파워, 노르웨이의 전력회사 넬 ASA 등이 편입된 글로벌 수소 경제 지수는 올해 들어 20%가량 하락했다. 2021년 11월 최고점 기준으로는 70% 내려앉았다.
영국 자산운용사 임팩스 에셋 매니지먼트의 이안 심 최고경영자(CEO)는 "수소가 경제 판도를 바꿀 '게임 체인저'이긴 하지만 여전히 불확실성이 크다"라며 "그렇지만 기후 대책은 계속 확대되기 때문에 10~15년 안에 수소 경제는 반등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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