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성 민원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알려진 대전의 한 초등학교 교사가 사망한 사건 이후 후폭풍이 거세게 일고 있다.
일부 네티즌이 교사에게 민원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진 학부모들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을 폭로하고, 신상을 공개하면서 비판이 이어지자 이들도 "우린 억울하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전하고 있다.
지난 10일 인스타그램에는 '24년 차 여교사를 자살하게 만든 살인자와 그 자식들의 얼굴과 사돈의 팔촌까지 공개합니다'라는 글을 내건 계정이 등장했다. 이후 개인 신상을 공개한다는 우려와 함께 해당 계정은 비공개 전환됐지만, 곧바로 비슷한 계정이 생겨나 가해자로 지목된 학부모의 사진, 연락처, 주소, 직업, 사업장 등을 공개했다.
게시물에 언급된 한 미용실 관계자는 11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잘못된 내용을 바로잡고, 잘못된 내용에 대해서는 겸허히 비난받고자 글을 올린다"면서 2019년 1학년 입학 후 아이에게 이상 증상이 나타났고, 2학기가 끝날 무렵에서는 틱장애가 나타나며 작은 소리에도 예민하게 반응하며 힘들어했다고 전했다.
이후 "같은 반 친구와 놀다가 손이 친구 뺨에 맞았고, 뺨을 맞은 아이는 당연히 아팠을 테니 선생님에게 말씀드렸는데, 선생님이 반 아이들 앞에서 사과하라고 하니 겁을 먹어 입을 열지 못했다"며 "이후 반 전체 학생들 앞에 아이를 홀로 세워두고 어떤 벌을 받으면 좋을지 한 사람씩 의견을 물었고, 아이는 교장실로 보내졌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교장 선생님께서 면담을 요청했고, 면담 자리에서 아이의 잘못을 인정했지만, 훈육 과정에서 인민재판식 처벌 방식은 8살 아이에게 받아들이기 힘들 것 같아 지양해 달라고 요청했다"며 "마지막으로 저희도 아이에게 '내일 선생님 만나면 죄송하다'고 말씀드리라고 지도하고 일찍 등교시킬 테니, 선생님께서도 아이들 없을 때 한 번만 안아주면서 '미안했어' 한마디만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부탁드렸고, 승낙해 주셔서 면담이 종료됐지만, 선생님은 면담 다음 날부터 학기가 끝날 때까지 병가로 학교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고작 8살인 초1 아이가 감당하기에 힘든 상황이 벌어진 것에 화가 났고, 약속한 부분도 이행되지 않아 정서적 아동학대 신고를 결정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이후에도 "아이의 틱장애가 점점 심해져 대학병원 정밀검사와 주기적인 심리상담 치료를 받았다"며 "학교의 학교폭력 담당 선생님의 연계로 상담을 진행하고, 같은 해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가 열려 아이가 학년이 올라갈 때 해당 선생님을 담임에서 배제해 주고, 아이의 심리 상태를 고려해 다른 층을 배정해 달라 했지만 2022년 바로 옆 교실에 선생님이 배정돼 교육청 공식 홈페이지에 한차례 추가 민원을 제기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아이가 학폭위 1호 처분받았다', '선생님에게 반말을 했다', '퇴근길에 기다려 험담을 했다', '개인적으로 연락을 했다', '신상정보 유출로 난동을 부렸다' 등의 내용과 관련해 "그런 사실이 없다"고 강조하면서 "일부 커뮤니티에서 4인방의 (민원) 주동자로 지목됐는데, 저는 김밥집과 같은 학급의 학부모이며 나머지 2인은 누구인지도 모른다"고 전했다.
또 다른 학원 원장은 지역 커뮤니티에 "저희는 이번 사건과 아무런 연관이 없다"며 "너무 답답하고 억울하고 속상해 경찰서에 상담했지만, 최초 유포자를 찾아 명예훼손으로 고소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하더라"라고 전했다.
이후 원장의 아내가 다시 글을 올리며 "4명의 학생 중 1명이 저의 자녀가 맞지만, 선생님의 지도에 불만을 갖고 아동학대 혐의로 선생님을 고소하거나 학교에 민원을 넣은 적은 단 한 번도 없다"면서 그동안 주고받은 문자 메시지를 공개했다.
그러면서 "지금 가해자로 몰려 생계까지 위협받고, 아이 신상까지 공개됐다"며 "엄청난 심적 고통을 받고 있지만, 내가 왜 이런 일에 연루가 됐는지 아직도 이해가 안 된다. 정확한 사실관계도 모른 채 추측성 글과 악성 루머가 유포되면서 2차 가해를 받는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함께 공개한 문자메시지에는 선생님과 면담 시간을 논의하는 것 외에 '학교에 도착하면 바로 체육관으로 가라고 전해달라', '교과서를 잃어버렸는데 찾았냐' 등의 문의 내용이 담겨 있었다. 선생님이 요청한 서류를 기한 내에 제출하지 않아 이를 보내 달라는 선생님 메시지도 담겨 있었다.
다만 이들의 해명에도 "'손이 친구 뺨에 맞았다'는 게 대체 무슨 뜻이냐", "아파서 병가를 낸 선생님에게 굳이 아동학대 신고를 하냐" 등의 반응이 나왔다. 문자 메시지를 본 사람들도 "요즘 학부모들은 이렇게 선생님에게 개인 번호로 자주 연락을 하냐"면서 놀랍다는 모습이었다.
한편 대전 지역 초등학교에서 근무하던 40대 교사 A 씨는 지난 5일 자택에서 극단적 선택을 해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지난 7일 숨졌다. 올해로 24년 차 교사인 A씨는 2019년 대전 유성구 소재 초등학교에서 근무하면서 학부모들의 악성 민원에 시달렸고 무고성 아동학대 혐의로 고소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아동학대 고소는 무혐의 처분이 나왔다.
가해 학부모 중 1명이 운영한다고 알려진 음식점 프랜차이즈 바르다 김선생 본사는 해당 지점과 가맹 계약을 해지했다. 바르다 김선생은 "대전관평점 점주가 사실관계 여부를 떠나 브랜드와 다른 지점에 피해를 입히지 않고자 자진 폐업 의사를 전달했다"며 "이에 따라 본사는 이날부로 가맹계약을 해지했다"고 공지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 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 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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