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생존을 걱정해야했던 쿠팡이 ‘10% 벽’을 목표로 삼았다는 건 그 자체로 기적에 가깝다. 수조원의 적자를 내다가 글로벌 IPO(기업 공개) 시장이 얼어붙기 직전 미국 상장에 성공한 일을 쿠팡의 실력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기적이라고 표현하는 이유다.
쿠팡팬에서 ‘안티’로 전향한 소비자 A씨의 사례에서 해답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A씨는 쿠팡프레쉬의 보냉백을 전향의 이유로 지목했다. “마켓컬리의 보냉백과 너무 차이가 나는 거에요. 쿠팡 보냉백이 갈수록 많아지는 것 같긴 한데 이곳저곳 굴러다니다 더러워진 그것을 보고 있으면 쿠팡에서 신선식품을 구매할 생각이 안 들더라고요”
쿠팡 프레시백은 2020년부터 전국으로 확대됐다. 다음 주문을 할 때 문 앞에 두면 쿠팡 배송 트럭이 이를 수거, 전국의 쿠팡 캠프에서 세척한 다음 물류센터로 보내져 재사용된다. 문제는 이 과정이 100% 완벽하지 않다는 점이다. 수거가 조금이라도 늦어지거나 소비자가 제 때 수거 요청을 하지 않을 경우 ‘때국물’이 줄줄 흐르는 프레시백이 아파트 복도에 방치돼 있곤 한다.
쿠팡이 기적에 가까운 성공을 거듭할 수 있던 건 ‘소비자에 대한 광적인 집착’ 덕분이다. 김범석 대표와 인도공과대학을 최우수 성적으로 졸업한 실리콘밸리 출신의 엔지니어들은 극도의 효율성을 무기로 이를 현실화했다. 이마트 등 유통 거인들이 엑셀표에 머물러 있을 때 쿠팡은 모든 프로젝트를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분석에 기반해 사업화했다. 시뮬레이션 결과값과의 오차를 최대한 줄이는 게 쿠팡 비즈니스의 핵심이다.
최근 쿠팡과 올리브영의 다툼은 이 같은 쿠팡식 사고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쿠팡은 화장품 브랜드의 쿠팡 뷰티 입점을 방해했다며 올리브영을 공정거래위원회에 고발한 바 있다. 시시비비는 조사 결과가 나와봐야 알겠지만, 쿠팡 뷰티의 저조한 성적이 과연 올리브영의 방해 때문일까에는 의문이 든다.
올리브영의 2030세대 MD(상품기획자)들은 소비자의 감성과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새로운 브랜드를 찾아 유럽이나 미국을 수시로 찾아다닌다. 이에 비해 쿠팡에선 MD들이 채 1년을 견디지 못하고 퇴사하는 일이 허다하다.
쿠팡이 마의 10% 벽을 넘기 위해선 어쩌면 환골탈태 수준의 조직 혁신이 수반돼야할 수도 있다. 그렇지 않고서는 자신의 10분의 1 규모(지난해 매출 기준) 밖에 안되는 올리브영에 왜 고전을 면치 못하는 지를 죽었다 깨어나도 깨닫지 못할 것이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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