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방울 대북 송금 의혹'에 연루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2일 추가 조사를 받기 위해 검찰에 재출석하면서 "오늘은 대북 송금에 제가 관련이 있다는 증거를 제시하는지 보겠다"고 결백을 주장했다.
이 대표는 이날 오후 수원지검 출석 전 포토라인에 서서 "2년 동안 '변호사비 대납', '스마트팜 대납', '방북비 대납' 그렇게 주제를 바꿔가면서 일개 검찰청 규모의 인력을 동원해서 수백번 압수 수색을 했지만 증거라고는 단 한 개도 찾지 못했는데, 그 이유는 사실이 아니기 때문"이라면서 이같은 입장을 밝혔다.
무기한 단식 투쟁을 벌이고 있는 이 대표는 이날 평소보다 느린 속도로 발언을 이어갔다. 그는 "제가 검사에게도 질문했지만, 북한에 방문해서 사진 하나 찍어보겠다고 생면부지 얼굴도 모르는 조폭, 불법사채업자 출신의 부패 기업가와 함께 100억원이나 되는 거금을 북한에 대신 내주라고 하는 그런 중대범죄를 저지를 만큼, 제가 어리석지 않다"고 했다.
이 대표는 "저를 아무리 불러서 범죄자인 것처럼 만들어보려고 해도, 없는 사실이 만들어질 수는 없다"며 "국민과 역사가 판단하고 심판할 것이다. 국민이 권력을 맡긴 이유는 더 나은 국민들의 삶을 도모하고 더 나은 나라를 만들라는 것이지, '내가 국가다'라는 권력을 사유화해서 정적 제거나 폭력적 지배를 하기 위한 수단이 결코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우리 국민들께서 겪고 계시는 어려운 민생과 경제를 챙기고 아시아의 발판으로 변해가는 이 한반도의 평화 위기를 방치하지 말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데 조금 더 주력해줄 것을 부탁드린다"며 "정권은 짧고 국민과 역사는 영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발언을 마친 뒤 '대북 송금 관련 공문에 도지사가 결재했다고 하는데 사실이 맞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쌍방울 대북 송금 의혹은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이 2019년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요청으로 경기도가 지불했어야 할 북한 스마트팜 조성 지원 사업비 500만 달러와 당시 도지사 방북비 300만 달러 등 총 800만 달러를 북한에 보냈다는 게 핵심이다. 검찰은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 시절 방북을 추진하면서 북한이 요구한 방북비 300만 달러를 김 전 회장이 대신 내는 과정에 관여했다고 보고 있다.
해당 사건에서 제3자 뇌물 혐의를 받는 이 대표는 지난 9일 진행한 첫 검찰 소환조사에서 건강상의 이유로 8시간 만에 조사 중단을 요청했다. 150쪽 분량의 질문지를 준비했던 검찰은 재출석을 통보했고, 이날 소환을 마지막으로 이 대표 수사를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이다. 이 대표는 지난 9일 조사를 마치고 나와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내용으로 범죄를 조작해 보겠다는 정치 검찰에 연민을 느낀다"고 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