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영택 밀리의 서재 대표는 12일 서울 여의도 63컨밴션센터에서 IPO 간담회를 열고 코스닥 상장 진출 이후 계획과 목표를 밝혔다. 서 대표는 "독보적인 콘텐츠 보유량과 여러 멀티미디어 콘텐츠로 국내 정상 자리에 올랐다"며 "상장 이후로는 주주와 출판 업계, 구독자들과 두터운 신뢰를 쌓는 데 주력해 대표적인 참여형 IP 플랫폼으로 도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밀리의 서재는 전자책과 관련된 콘텐츠들을 제공하는 구독형 독서 플랫폼이다. 한 달 9900원씩 내면 전자책 15만권이 담긴 이 플랫폼을 이용할 수 있다. 올해 6월 기준 제휴 출판사는 1900만곳에 달하고 구독자 수는 60만명 수준이다. 구독 서비스를 시작한 지 1년째인 2018년 말 구독자가 약 11만3000명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5년도 안 돼 431%의 상승률을 거둔 셈이다.
음악과 영화 등 책을 제외한 다른 예술 분야에선 이미 디지털이 실물보다 주축이 된 상황이다. 앨범보다는 음원을, 영화관보다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먼저 찾는 시장이 된 것이다. 이런 가운데 서 대표는 도서 콘텐츠 시장이 구독 서비스를 중심으로 음악·영상 산업이 갔던 길을 따라가고 있는 만큼 이제는 책 시장이 진화할 차례라고 강조했다.
서 대표는 "음원차트 상위에 오르지 않으면 앨범이 안 팔린다는 말은 우리가 익히 공감하는 사실"이라며 "밀리의 서재에서 화제된 책이 무명의 책을 살리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실제로 최근 이를 실현한 사례들이 여럿 생기고 있다"고 밝혔다.
이런 주장의 근거로 서 대표는 구독형 독서 플랫폼 시장의 낮은 침투율을 제시했다. 밀리의 서재가 지난 7월 오픈서베이를 통해 국내 20~50대 대상 구독서비스 의향 조사를 벌인 결과 각 플랫폼별 현재 이용자 수는 OTT(1682만명), 음원 스트리밍(1358만명), 독서 플랫폼(100만명) 등으로 집계됐다. 시장 침투율은 OTT와 음원스트리밍은 70%를 웃도는 반면 독서 플랫폼은 10분의 1 수준인 7%에 그쳤다.
서 대표는 "지금은 시장 초기 단계로 향후 전자책 시장이 OTT와 음원 수준의 시장 침투율을 달성할 경우 1000만명 이용자를 확보하게 될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올해 기준 전자책 시장에서 밀리의 서재가 차지하는 점유율은 약 63%다. 2등 기업과의 격차는 50%포인트가 넘는다.
사실상 적수가 없는 시장에서의 관건은 수익성이다. 하지만 이 점은 여전히 과제다. 구독자들의 유료전환 비중을 일컫는 '유료전환율'은 2020년 34.8%에서 올 상반기 37.4%로 소폭 늘었다. 다만 연간 추이를 보면 해마다 늘었다가 줄어드는 등 들쑥날쑥하다. 다만 유료 구독자들이 다시 구독을 하는 '재구독률'은 올 상반기 87.6%로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밀리의 서재는 상장을 앞두고 이익 기업의 모습을 갖춰가고 있다. 작년 매출 458억원, 영업이익 42억원을 기록하면서 흑자 전환에 성공한 것. 올 상반기도 매출 260억원, 영업이익 50억원을 기록하며 청신호를 이어가는 중이다.
수익성을 확보하기 위한 방편으로 회사는 기업간 거래(B2B) 시장을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밀리의 서재는 구독방식을 통해 대기업 전자도서관을 운영 중인데 올 들어 여러 대기업들과 손을 잡았다. 삼성전자 DS부문과 DX부문에서 약 10만명, LG전자에서 4만명, 현대자동차그룹에서 7만명 등이 올해 전직원 대상으로 서비스를 도입했다. 서 대표는 "지금까지 계약을 맺은 대기업들 사용료만 놓고 봐도 향후 2~3년 성장할 수 있을 정도의 수준에 달할 정도"라며 "향후 협업 대기업들을 꾸준히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회사는 독자층이 확고한 '장르 사업'에도 진출하겠단 목표를 전했다. 그 첫 타자는 일전 간담회를 통해 알렸던 '유아 분야'가 아닌 '로맨스 분야'다. 문화체육관광의 웹소설 이용자 실태조사(2020년)에 따르면 국내 웹소설 시장 규모는 약 1조850억원이다. 이 가운데 국내 웹소설 독자의 43%가 로맨스를 즐겨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 대표는 "밀리의 서재는 현재 앱과는 별도로 장르 전문 플랫폼을 연내 출시할 예정"이라며 "매출 기준 국내 상위 100명의 로맨스 작가 중 60명 이상을 연말까지 확보할 계획이다. 완성도 높은 플랫폼 구축을 위해 뛰어난 인재 영입도 마쳤다"고 밝혔다. 장르 플랫폼 출시 이후로는 매주 오리지널 신작 한 작품 이상을 연재하고, 연간 60~70종의 오리지널 콘텐츠를 선뵌다는 방침이다.
한편 밀리의 서재는 이번 IPO로 150만주를 공모한다. 희망 공모가 밴드는 2만~2만3000원으로 총 공모 예정 금액은 300억~345억원이다. 오는 13일까지 수요예측을, 오는 18일부터 19일까지 청약을 진행하며 이달 중 상장한다. 주관사는 미래에셋증권이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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