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투자자들이 그래핀과 양자암호 종목에 몰리고 있다. 지난달 증시를 달군 초전도체, 맥신에 이어 차세대 소재·기술 관련 종목이 급부상한 모양새다. 반도체·이차전지를 비롯한 구체적인 산업 기반 주도주 주가가 지지부진하자 ‘테마주’ 순환매가 과학기술 분야로 옮겨간 분위기다.
12일 크리스탈신소재는 23.35% 뛴 2985원에 장을 마감했다. 오전 장 중 가격제한폭(29.96%)까지 올랐다가 상승분을 일부 반납했다. ‘꿈의 소재’로 불리는 그래핀을 활용해 열이 오르는 시간을 당긴 발열 필름을 개발했다는 소식에 매수세가 몰린 영향이다. 그래핀 제조업체인 상보는 이날 3.63%, 그래핀 관련 나노융합기술을 활용해 방열시트 등의 부품을 개발하는 엘엠에스는 2.06% 올랐다.
이날 투자자들은 양자암호통신 관련 기업 종목에도 몰렸다. 광(光)전송장비기업 우리로는 7.33% 오른 2005원에 장을 마쳤다. 이 기업은 양자키분배장치에 들어가는 단일광자검출기용 칩 등을 개발했다. 양자암호통신 기반 가상사설망(VPN) 사업을 벌이는 엑스게이트는 3.11% 오른 4640원에 손바뀜됐다. 양자난수생성기 칩을 개발한 아이윈플러스는 1.10% 올라 1830원에 거래됐다.
이들 기업의 ‘테마’는 신기술 기반으로 아직 사업성이 뚜렷하지 않은 게 대부분이다. 일부는 양산을 비롯한 대규모 상용화가 가능한지도 불투명하다. 아직은 기술적 제약이나 비용 부담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자연히 관련 매출도 유의미한 수준이 아닌 경우가 많다. 실적이 떠받치질 못하니 각 종목 주가가 일시적으로 급등락을 거듭하는 일도 잦다.
지난달 초전도체 테마주 사례가 대표적이다. 한 연구기업이 상온 초전도체를 개발했다고 주장하자 실제 여부와는 관계없이 관련 종목 주가가 출렁였다. 일부 종목은 상한가를 기록한 이튿날 하한가까지 내리기도 했다. 2차원 나노 물질인 맥신 관련 종목들도 앞서 주가 널뛰기를 했다. 대량 생산에 성공한 게 아니라 대량 생산을 ‘가능하게 할 수도 있는’ 프로그램이 나온 것에 그쳤는데도 투자금이 몰렸다. 맥신은 2011년 개발 이후 사실상 연구실 밖 양산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는 물질이다.
이같은 사례를 두고 실체보다 기대감에 베팅하는 ‘묻지마 투자’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애널리스트는 “대부분 신소재·신기술 테마는 아직 기업별 밸류에이션은 커녕 시장 규모조차 가늠할 수 없는 초기 단계”라며 “어려운 이론과 생소한 과학 용어를 앞세운 테마주의 성장 가능성만 믿고 투자자들이 돈을 넣는 것은 사실상 ‘폭탄 돌리기’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