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들어 전세 수요가 살아나고 있지만 여전히 내림세를 나타내는 수도권 지역이 적지 않다. 입주 물량이 쏟아지는 경기 양주가 대표적이다. 방 3개와 화장실 2개의 전용면적 84㎡짜리 새 아파트 전셋값이 2억원대에 불과하다. 인천 부평구, 경기 동두천, 의정부 등도 올해 들어 전셋값이 10% 넘게 떨어졌지만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가을 이사철을 맞아 자금력이 부족한 신혼부부와 젊은 층 등이 수도권 내 입주 물량이 많고 전셋값이 약세인 지역을 노려볼 만하다고 조언했다.
가을 이사철 수요와 정부의 전세보증금 반환 대책에 힘입어 전국적으로 전셋값이 강세로 돌아선 것과 대비되는 흐름이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지난주 0.17% 올라 16주 연속 상승했다. 수도권에 이어 지방도 지난주 0.01% 올랐다. 작년 5월 이후 1년4개월 만에 상승 전환이다.
수도권 서북부 지역은 대규모 택지지구 개발 등으로 전세 약세장이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옥정신도시가 있는 양주는 작년 3월 이후 76주째 전셋값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올해 들어 누적 기준으로 22.28% 떨어졌다.
지난 5월부터 입주한 ‘양주 옥정신도시 제일풍경채 레이크시티1단지’는 방 4개, 시스템 에어컨 5대를 갖춘 전용 84㎡ 전셋값이 2억5000만원 수준이다. 지난 4월 집들이를 시작한 ‘양주 옥정신도시 한신더휴’ 전용 84㎡도 방 3개짜리 전세가 2억2000만~3억원에 나와 있다.
올해 들어 전셋값이 13.26% 떨어진 인천 부평구도 입주 물량 부담으로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다. 다음달부터 입주가 시작되는 ‘e편한세상 부평그랑힐스’(5050가구) 전용 84㎡ 전세는 2억5000만~3억5000만원 수준이다. 오는 11월 준공 예정인 ‘부평캐슬&더샵퍼스트’(1623가구) 전용 84㎡도 3억원 초·중반대에 전셋집을 구할 수 있다.
올해 준공된 의정부 ‘고산수자인 디에스티지 아트포레’ 전용 79㎡도 최근 2억7000만원에 전세 계약이 이뤄졌다. 올초엔 2억원 초반대까지 떨어졌지만, 최근 물량이 줄면서 3억원대 전세 물건이 남아 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4분기 수도권 입주 물량은 총 9만5000여 가구다. 서울 입주 예정 물량이 1만8361가구다. 경기와 인천이 각각 5만6407가구, 2만243가구에 이른다.
서울에선 강남구 입주 물량이 7811가구로 가장 많다. 경기 화성(7441가구)과 인천 부평구(7111가구)·서구(6757가구), 경기 성남(5230가구) 등이 하반기 집들이로 분주할 전망이다.
내년 상반기엔 서울 입주 물량이 4659가구로 쪼그라든다. 반면 경기(5만7873가구), 인천(1만5226가구) 등은 대규모 입주가 이어진다. 양주는 하반기 3559가구에 이어 내년 상반기에도 8032가구가 집들이에 나선다. 내년 상반기엔 파주(6701가구), 인천 연수구(4034가구) 등에서 입주장이 펼쳐진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내년 상반기까지 입주가 이어지는 지역은 기존 아파트에서 신축 갈아타기 수요로 전셋값 조정폭이 커질 수 있다”며 “이르면 입주 6개월 전부터 전세 물건이 풀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미리 주변 중개업소에 원하는 단지, 면적, 가격대 등을 남겨두면 전셋집을 빠르게 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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