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와 결을 같이하는 통계가 또 나왔다. 산업재해로 인한 경제적 손실액, 근로손실 일수, 일반 사고 재해자 수가 지난해 1월 중대재해법 시행에도 불구하고 늘어났다는 통계다. 12일 박대수 국민의힘 의원이 고용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산업재해로 인한 근로 손실액은 2021년 32조3000억원에서 지난해 33조4000억원으로 증가했다. 근로 손실액은 산재 보상금 지급액과 생산 중단으로 기업이 입은 재산 손실액 등을 합친 경제적 피해액을 말한다. 지난해에만 당해연도 국가예산(607조7000억원)의 5.5%에 해당하는 금액이 산재로 유실됐다. 근로 손실액은 올해도 7월 기준으로 벌써 17조6964억원을 기록하고 있다.
산재로 인해 근로자가 사업장에서 일하지 못한 ‘근로손실 일수’도 역주행 중이다. 근로손실 일수는 2021년 6049만 일에서 지난해 6070만 일로 늘었다. 일반 산재 사고 재해자도 되레 증가하는 추세다. 6월 말 기준으로 2021년 4만9046명이던 일반 산재 사고 재해자는 2022년 5만611명, 올해 5만4872명으로 늘었다. 이 때문에 산재보험 가입 근로자 수 대비 산재 사고자 비율을 나타내는 ‘사고 재해율’도 2021년 6월 0.26%를 기록한 뒤 3년째 제자리걸음이다.
내년 1월 27일부터 50인 미만 사업장에도 중대재해법이 확대 적용될 예정이지만 산재 감축이 기대되지 않는 이유다. 박 의원은 “근로자의 생명·안전과 국가 경제에 큰 위협이 되는 산재를 줄이려면 새로운 산업 안전 예방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킬러 규제’를 혁파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산재 감소 효과는 없으면서 기업만 옥죄는 중대재해법이야말로 대표적인 킬러 규제다.
정부가 산재 예방의 패러다임을 ‘처벌’에서 ‘예방’으로 전환하고 중대재해법 개편에 과감히 나서야 한다. 이대로 50인 미만 사업장으로까지 확대 적용한다면 기업인 범법자만 양산하게 될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경제계의 ‘중대재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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