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디스플레이가 메르세데스벤츠에 ‘시야각 제어기술(SPM)’을 적용한 패널을 최초로 납품하고 있다. 이 기술은 조수석 탑승객이 화면으로 게임이나 영화를 즐겨도 운전자는 조수석 화면이 보이지 않도록 한다. 차량용 디스플레이가 앞좌석 대시보드 전체를 덮을 정도로 대형화해도 운전자가 운전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이다. LG디스플레이는 4년 안에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크기를 50인치까지 키워 차량용 디스플레이 시장의 대형화 추세를 이끌 계획이다.
이번 E클래스는 7년 만에 풀체인지(완전변경)된 모델로 디자인이 크게 바뀌었다. 특히 앞좌석 대시보드 전체를 덮는 광활한 스크린이 특징이다. ‘MBUX 슈퍼 스크린’으로, 벤츠 내연기관 차량에 이렇게 큰 스크린이 적용된 건 처음이다.
조수석 탑승객은 주행 중에도 바로 앞 스크린을 통해 게임부터 영화까지 다양한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 앱스토어에서 다양한 앱을 내려받을 수 있어 SNS와 화상회의도 가능하다.
문제는 운전자의 전방 주시를 방해할 수 있다는 점이다. 옆 좌석에서 현란한 동영상을 보고 있으면 운전자의 시선도 그쪽으로 향할 수밖에 없는데, LG디스플레이는 SPM 기술로 이 문제를 해결했다.
이 회사가 이렇게 화면 극대화에 공들이는 이유는 차량용 디스플레이 시장이 화면 개수를 늘리는 게 아니라 크기를 키우며 성장할 것이기 때문이다. 자동차 한 대에 들어가는 디스플레이 수는 2018년 평균 0.5개에서 내년 2.2개, 2028년에도 2.3개로 크게 늘진 않을 전망이다. 반면 크기는 급격히 커지고 있다. 현재 차량용 디스플레이의 평균 크기가 11.3인치인데, 프리미엄 차종은 2028년께 50인치까지 커질 전망이다.
LG디스플레이와 벤츠는 20년 넘게 긴밀한 협력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2004년 처음으로 차량용 디스플레이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2020년 벤츠 S클래스를 시작으로 EQS, EQE 등 프리미엄 전기차에 ‘플라스틱(P)-OLED’ 패널을 공급했다. 지난달에는 올라 칼레니우스 벤츠그룹 이사회 의장이 서울 마곡동 LG디스플레이연구동을 방문해 동맹을 강조하기도 했다. 당시 칼레니우스 의장은 SPM LCD를 비롯해 34인치 초대형 P-OLED와 차량용 18인치 슬라이더블 OLED, 투명 OLED 등의 제품을 소개받았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차량용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51.7% 점유율로 1위를 차지했다. 삼성디스플레이(41.2%)와 양강구도를 형성한 가운데 중국의 BOE(7.1%)가 뒤를 이었다.
최예린 기자 rambut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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