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랙에서 신형 카이엔과 고성능 스포츠카 라인업 경험
아직 가을볕이 따가운 9월, 포르쉐가 햇살보다 뜨거운 질주에 대한 열정을 대한민국 용인 스피드웨이 서킷으로 몰고 왔다. 포르쉐의 대표 글로벌 행사인 '2023 포르쉐 월드 로드쇼(PWRS)'가 그 주인공이다. PWRS는 전문 강사의 운전 교육과 다양한 포르쉐 제품을 한자리에서 경험할 수 있어 참가자와 미디어로부터 매년 호응을 얻고 있는 이벤트다.
올해 PWRS는 포르쉐의 2도어 스포츠카와 4도어 스포츠카, 전기 스포츠카를 한 자리에서 경험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다양한 포르쉐 제품의 서킷 시승을 통해 포르쉐가 자랑하는 스포츠카 DNA와 인텔리전트 퍼포먼스(Intelligent Performance), 포르쉐 E-퍼포먼스(Porsche E-Performance)를 동시에 느낄 수 있는 흔치 않은 자리가 마련된 것이다. 더욱이 신형 카이엔과 함께 포르쉐의 희귀 제품들을 독일서 직접 공수해와 행사의 의미를 키웠다. 포르쉐의 놀라운 성능을 직접 경험할 수 있었던 PWRS 현장을 시간대별로 정리했다.
첫 번째 세션은 신형 카이엔의 서킷 시승이었다. 시승은 기본형 카이엔부터 카이엔 S까지 번갈아 가며 용인 스피드웨어를 주행하는 프로그램으로 운영했다. 신형 카이엔에 올라 첫 코너를 통과하자마자 포르쉐가 왜 카이엔을 4도어 스포츠카로 정의했는지 알 수 있었다. 분명 전고가 높은 SUV 형태인데도 고속에서도 스포츠카처럼 헤어핀을 가뿐히 돌아나가는 놀라운 주행성능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카이엔 S는 SUV의 범주를 완전히 넘어선 짜릿한 즐거움까지 선사했다. 일반적인 SUV라면 불가능한 주행 성능으로, 포르쉐가 만들면 SUV도 스포츠카가 되는 마법을 체험할 수 있었다.
다음은 포르쉐의 전기 스포츠카를 경험할 차례다. 타이칸 4S를 필두로 터보, 터보S, GTS와 그란투리스모까지 하나하나 비교하며 시승할 수 있었다. 제품별 출력의 차이는 있었지만 공통된 점은 포르쉐만의 맛이 살아있다는 것이었다. 전기차이기에 포르쉐가 자랑하는 낮은 무게중심의 박서 엔진은 없지만, 이보다 한층 더 낮은 무게중심을 통해 포르쉐의 특징을 그대로 구현해낸 것이다.
가속감은 전동화 특성상 내연기관차보다 한수 위다. 가속페달에 발을 가져다 대기가 무섭게 무지막지한 토크감이 쏟아져 나오며 몸이 시트에 완전히 파묻힌다. 타이칸 터보 S는 오버부스트 시 최고 761마력의 출력으로 시속 100㎞까지 단 2.8초에 도달하는 괴물 같은 성능을 보유했으니 당연한 일이다. 번개 같은 페달 응답성에 감탄하며 어느새 다다른 코너 앞에선 내연기관차와는 사뭇 다른 브레이크 감각이 발끝에 전해진다. 고성능 브레이크에 모터의 회생제동 시스템이 함께 더해지는 익숙치 않은 느낌이었지만 무게라는 전기차의 단점을 효과적을 상쇄하는 방식임을 즉각 깨닫는다.
타이칸의 브레이크 감각에 익숙해질 즈음, 타이칸 GTS에 올랐다. 타이칸 4S와 타이칸 터보 사이에 위치하는 제품으로 4륜구동 방식을 쓰지만, 타이칸 터보에 사용하는 고성능 모터가 후륜을 담당하는 것이 특징이다. 덕분에 4륜구동 특유의 트랙션이 강조된 다른 타이칸 제품과는 달리, 후륜구동과 같은 역동적인 차체 거동을 보여줘 운전자로 하여금 끊임없이 미소를 짓게 만들었다. 엔진이 사라진 전기차지만 운전 재미 가득한 포르쉐의 DNA는 여전히 살아 숨 쉼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었다.
이제 포르쉐의 대표적인 2도어 스포츠카 라인업을 만날 시간이다. 내연기관차인 만큼 제품 별 특성은 확실히 구별된다. 먼저 탑승한 911 카레라 4 GTS는 레이스카에 준하는 날카로운 주행감각은 물론, 악셀 오프 시 들리는 박서엔진 특유의 버블 사운드가 청각을 자극했다. 911 터보 S는 경주용 버킷시트를 장착한 카레라 4 GTS 보다 훨씬 안락한 시트는 물론 화려한 옵션과 함께 최고출력 662마력이라는 성능을 보유했다. 덕분에 엄청난 속도를 즐기면서도 편안하게 주행이 가능했다. 포르쉐 중 일상 주행에 최적화한 라인업이지만, 리어 엔진 구조가 만들어내는 특유의 차체 거동과 함께 최대 81.6㎏∙m의 어마어마한 토크는 서킷에서 911 터보 S의 강렬한 존재감을 단번에 느끼기에 해줬다.
마지막으로 탑승한 718 카이맨 GT4 RS는 이날 운전한 차 중 기자들로부터 최고의 찬사를 받은 차였다. 포르쉐의 미드십 엔진 스포츠카 중 가장 강력한 제품으로, 베일 듯한 날카로움을 지닌 핸들링과 자극적인 사운드로 최고의 운전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가벼운 718 카이맨 바디에 롤케이지와 RS전용 쇽업쇼버를 조합해 서킷을 주행하는 내내 깃털처럼 가볍고 날랜 몸놀림을 선보였다. 화룡점정은 7,000rpm부터 9,000rpm까지 울부짖는 듯한 엔진음과 배기음의 하모니로, 운전자에게 잊을 수 없는 감동을 선사했다.
서킷 주행은 끝났지만, 아직 세션이 더 남아있었다. 먼저 한층 강력한 카이엔, 그 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터보 GT의 런치 컨트롤 기능을 경험하는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브레이크와 가속페달을 동시에 밟으면 활성화되는 급가속 모드로,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단 3.3초 만에 도달하는 엄청난 가속감을 몸소 체험할 수 있었다. 이후 신형 카이엔의 공도 주행이 이어졌다. 인스트럭터와 함께 에버랜드 주변의 와인딩 코스 및 일반 도로를 주행하며 안락함과 퍼포먼스가 공존하는 일상 주행에서의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
대망의 마지막 세션은 인스트럭터가 운전하는 차량에 동승하는 데모랩이었다. 택시 드라이빙을 제비뽑기를 통해 선정하는 프로그램으로, 운이 좋게도 가장 높은 성능을 보유한 911 GT3 RS를 경험할 수 있었다. 인스트럭터는 유럽에서 현재 활동 중인 프로 레이서로, 용인 스피드웨이를 엄청난 속도로 질주하며 코너에서 드리프트까지 시연하는 여유를 보여줬다. 포르쉐의 엄청난 성능과 전문 레이서의 시연으로 마지막까지 짜릿한 감동을 선사하며 행사는 마무리됐다.
직접 경험해본 PWRS는 자동차 마니아에겐 잊지 못할 뜨거운 경험으로 남을 행사였다. 독일서 직접 공수한 최신 포르쉐 제품들을 트랙에서 한계까지 밀어붙이며, 뛰어난 내구성과 주행 성능을 직접 경험하는 과정을 통해 브랜드에 대한 이해도와 충성심이 자연스레 높아지는 이벤트이기 때문이다. 스포츠카와 기술력이라는 최상급 재료에 전문 인스트럭터의 교육이 더해지며 포르쉐가 가장 잘하는 레시피로 만든 최고급 만찬을 대접받는 듯한 기분이었다. 누구든 PWRS를 경험한다면 자꾸만 운전자를 미소 짓게 만들던 포르쉐 모델과의 뜨거운 만남을 영원히 잊지 못하게 될 것이다.
정현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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