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4년 만에 러시아를 다시 찾으며 전략적 관계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조선중앙통신은 13일 김 위원장이 전날 오전 6시 러시아 국경도시 하산에 도착했다고 밝혔다. 통신은 이번 방러 목적에 대해 "조로(북러) 친선협조 관계를 새로운 높이로 승화 발전시키시기 위해"라고 전하면서 알렉산드르 코즐로프 천연자원부 장관, 올레크 코제먀코 연해주 주지사를 비롯한 러시아 중앙과 지방의 간부들이 영접을 나왔다고 전했다.
하산역에서는 러시아 육해공군 명예위병대와 군악대의 정렬 등 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을 환영하는 의식이 치러졌다. 김 위원장은 역사 응접실에서 진행된 러시아 측과 환담에서 "2019년에 이어 4년 만에 또다시 로씨야(러시아)를 방문하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며 "세계적인 공공보건 사태 이후 첫 해외 방문으로 로씨야련방에로의 길에 오른 것은 조로관계의 전략적 중요성에 대한 우리 당과 정부의 중시 입장을 보여주는 뚜렷한 표현으로 된다"고 말했다고 통신은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2019년 4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첫 정상회담을 가졌다.
김 위원장은 코즐로프 장관이 건넨 선물을 받고 러시아 간부들의 환송을 받으며 '방문지'로 출발했다고 통신은 덧붙였다. 다만 방문지가 구체적으로 어디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푸틴 대통령과 러시아 극동 아무르주에 있는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만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일본 교도통신 등 외신들은 러시아 당국 소식통을 인용해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의 대면 장소가 보스토치니 우주기지가 될 예정이라고 보도하고 있다. 보스토치니 우주기지는 러시아가 임대 사용 중인 카자흐스탄 바이코누르 우주기지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2012년부터 건설했다. 2016년 4월 첫 위성 발사로 본격적인 운영을 시작한 최신·최첨단 시설이다.
이번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의 만남을 두고 영국 BBC는 "공동의 적이 있는 지정학적 현실에서 이뤄진 것이며, 이들 관계를 '브로맨스'라고 하는 것은 아주 정확하진 않다"고 평가했다. 이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자신과 김 위원장이 사랑에 빠졌다고 선언했지만,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은 공개적으로 애정 표현을 요란스럽게 하진 않는다"고 덧붙였다.
러시아로선 우크라이나 전쟁 중에 북한이 군수품 공급원이 될 수 있다.
보리스 옐친 전 러시아 대통령 시절 외무장관을 지낸 안드레이 코지레프는 "세계에서 가장 가난하고 개발이 덜 된 국가에 포함되는 북한에서 무기를 구한다면 러시아로선 굴욕"이라며 "강대국은 동맹이나 군수물자를 구하려 북한에 가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러시아는 최근까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핵무기 프로그램과 관련해 대북 제재를 지지하는 입장이었다. 북한과의 무기 거래도 제재 대상이었다. 때문에 이런 북러간 무기 거래를 두고 BBC는 "상당한 변화를 의미한다"고 평가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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