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불면 건물이 '휘청'…1800억짜리 주상복합 반값에 판다

입력 2023-09-13 09:34   수정 2023-09-13 09:44


미국 뉴욕 맨해튼 '억만장자의 길'로 불리는 57번가에 있는 초고가 아파트가 기존에 나왔던 가격의 반값으로 하락했다.

1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초고층 주상복합아파트 432 파크 애비뉴에서 한 층 전체를 거주 공간으로 하는 매물이 약 7000만달러(약 930억원)에 협상 중이다.

월스트리트 유명 헤지펀드 창업자가 가진 이 아파트 당초 호가는 1억3500만달러(약 1800억원)이었는데 2021년 내놓은 이후 2년 동안 거래가 이뤄지지 않았다. 7000만달러에 거래된다면 당초 호가의 절반 가격에 거래가 성사되는 것이다.

가격이 급락한 것은 미국 초고가 부동산 시장 특수성 때문이다. 일반 주택 시장은 공급 부족으로 가격이 뛰고 있지만 초고가 부동산 시장은 수요 부족 때문에 가격이 지속해서 내리고 있다. 초고가 부동산은 외국 '큰 손'들이 눈여겨보는데 강달러 현상으로 구매력이 약해져서다.

432 파크 애비뉴 자체 문제도 가격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이 단지는 425.5m의 초고층 주상복합이다. 초고층 건물을 바람에 어느 정도 흔들리도록 설계되지만 432 파크 애비뉴는 막대처럼 가늘고 긴 외형 때문에 바람에 상당히 취약하다는 설명이다.

건물이 흔들릴 때 다른 건물에 비해 큰 소음이 발생할 뿐만 아니라 내부 시설까지 위험에 노출되기도 했다. 2019년 강한 바람으로 건물이 흔들리는 과정에서 엘리베이터 통로 안의 전선에 문제가 생겨 거주자들이 엘리베이터 안에 1시간25분간 갇히기도 했다. 또 2018년엔 높은 층까지 물을 보내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고압을 견디지 못한 파이프 연결관이 터져 일부 거주지가 침수되는 사고가 나기도 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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