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지하 주차장 내 응급실 전용 승강기 앞을 가로막은 '주차 빌런'이 등장해 네티즌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차주는 차를 옮겨달라는 주차장 관리 요원의 요청을 묵살했을 뿐만 아니라, 차 유리에 주차 위반 스티커가 붙자 병원 측을 재물손괴 혐의로 고소까지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병원 지하 주차장 관리 요원으로 근무하고 있다는 A씨는 지난 12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서 차주 B씨의 이같은 태도를 고발하는 글을 올렸다.
A씨는 최근 근무 중에 지하 주차장 응급실 전용 승강기 앞을 가로막은 흰색 SUV를 포착했다. 차는 시동이 걸려있는 상태였다. 이에 A씨는 차주 B씨에게 전화를 걸어 "응급실 전용 승강기 사용이 불가하니, 신속히 이동 주차 바란다"고 요청했다.
그러자 B씨는 "진료 대기 중이니 직접 빼라"면서 "승강기 사용을 못 해서 문제 생기는 게 있으면 내가 다 책임지겠다"고 답했다. '남의 재산인데 괜히 다른 말 할까 봐' 걱정이 됐다는 A씨는 재차 B씨에게 "차를 직접 빼달라"고 했다.
거듭된 요청에도 B씨는 요지부동이었다. 전화를 걸어도 더 이상 받지 않는 상태에 다다르자 A씨는 결국 주차 위반 스티커를 차 조수석 측 유리에 부착했다. 그는 "이동 주차 요구에 불응했고, 구급차 자리이기도 하고, 주차선 위반에 응급 승강기 입구도 막고 있으니 스티커를 붙였다"고 전했다.
이후 주차장에 내려온 B씨는 차에 부착된 스티커를 보고 화를 내며 경찰에 신고했다고 한다. 차는 주차해놓은 상태로 그대로 두고 귀가했으며, 주차 스티커를 부착한 A씨에 대해선 경찰에 재물손괴 혐의로 A씨를 고소했다. 이에 병원 역시 경찰 신고와 업무방해 혐의로 B씨를 맞고소했다.
며칠 뒤 B씨는 A씨에게 연락해 "스티커를 없애주면 없던 일로 해주겠다"고 제안했다. 이에 A씨는 "병원 이미지를 생각해 말끔하게 스티커를 제거해줬다"고 했다. 하지만 B씨는 이후에도 국민신문고, 보건소 등 여러 창구를 통해 민원을 접수하고 있다고 한다. A씨는 "고소 취하는 안 했다"며 "스티커만 깨끗하게 떼어드렸다"고 전했다.
A씨의 사연을 접한 네티즌들은 "병원 측에서 업무방해로 소송해야 할 판", "저 차 때문에 몇 분 차이로 사람이 죽었으면 어떻게 책임질 거냐" 등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B씨가 A씨를 고소하면서 주장한 재물손괴 혐의가 실제로 인정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견 교환도 활발했다.
그렇다면 실제로 주차 규정을 위반한 차에 주차 위반 스티커를 붙였다는 이유로 재물손괴죄가 적용될 수 있을까.
조하영 법무법인 교연 대표변호사는 먼저 재물손괴죄 성립 요건에 대해 "다른 사람의 재물, 문서 또는 전자기록 등 특수매체기록을 손괴하거나 은닉 또는 기타의 방법으로 그 효용을 해치는 경우에 성립하고, 여기서 효용을 해치는 경우란, 그 재물을 본래의 사용 목적에 제공할 수 없게 하는 상태로 만드는 것을 말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런데 이 사안의 경우 주차위반된 차량에 주차위반 스티커를 부착한 것으로, 손괴 의사가 없는 것은 물론, 스티커 부착을 통해 차량 자체의 기능이 저하되거나 가치가 하락됐다고 볼 수 없으며 물리적 변경이 발생한 것도 아닌바, 재물손괴죄가 성립될 수 없다고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