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동물단체들과 경찰에 따르면 화성 번식장에선 서울 강남경찰서 소속 B모 경사가 이사로 재직하며 투자자 겸 근무자로서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관계자 제보와 현장에서 발견된 문서 등에 따르면 B경사는 1주일에 3~4일은 번식장에서 일했다. 개들의 생리일과 배란일을 관리하고 인공수정에도 관여한 정황이 있다. 일하지 않을 때도 종모견 출산 등에 대비한 ‘병원 대기조’ 역할을 맡았다. 서울경찰청 소속인 B경사는 번식장이 있는 화성 지역을 관할하는 경기남부경찰청으로 인사이동을 신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공무원은 허가받지 않고 겸직할 경우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징계 처분을 받을 수 있다.
B경사는 한국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근무를 마친 뒤 휴일을 활용해 번식장에 간 것”이라며 “투자한 자산에 대한 관리 차원이었고 현재는 일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화성 번식장에선 허가된 사육 두수보다 1000마리 이상 더 많은 1400여 마리가 사육되고 있었다. 냉장고와 야산에서는 수십 마리의 사체가 발견됐다. 반려동물 생산업 허가 당시엔 400마리로 신고했지만 이후 불법 증축을 통해 마릿수를 늘려온 것으로 동물구조단체들은 파악하고 있다. 상당수 개는 밥을 제대로 먹지 못해 변을 보지 못하는 수준이었고, 저혈당과 기도 폐색 등 위급한 상태로 발견된 개도 여럿이었다.
동물보호법에 따르면 동물생산업은 지방자치단체에 사육 두수 등을 신고하고 허가받아야 한다. 지자체는 영업장의 시설 상태와 준수사항 위반 여부를 연 1회 이상 정기 점검하게 돼 있다. 화성시는 지난 3월 해당 업체를 점검했지만, 업자가 리스트를 체크하는 식으로 진행돼 실제 상황은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신한 엄마 개의 배를 갈라 새끼만 꺼내는 등 동물 학대 정황도 나왔다. 동물구조단체 관계자는 “수의사 없이 번식장에서 문구용 커터칼로 배를 가르고 수술용 실이 아니라 두꺼운 명주실로 배를 꿰맨 흔적이 여럿 발견됐다”고 전했다. 수의사가 아니라 무자격자가 제왕절개 등의 수술을 하는 건 수의사법 위반이다.
관리도 부실했다. 사육 공간은 작은 철창을 3단으로 쌓고 한 철창 안에 여러 마리씩 엉켜 지냈다. 다리가 없거나 털이 다 빠진 채 피부가 곪은 개, 종양이 있는 개도 현장에서 발견됐다.
동물구조단체들은 1일 구조현장에서 번식장 대표로부터 1400여 마리에 대한 소유권을 넘겨받았다. 경기도는 이 중 687마리를 개관을 앞둔 경기 반려마루 여주와 화성도우미견나눔센터 등으로 이송했다. 동물구조단체들은 해당 번식장 소유주 등을 동물보호법, 수의사법, 폐기물법 위반 등의 혐의로 고발할 방침이다.
한편 해당 번식장의 관할 경찰서인 화성서부경찰서는 번식장 대표를 동물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형사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
김우섭/이상은 기자 du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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