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하베스트’는 다양한 부산물을 재가공해 식품으로 만드는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이다. 오비맥주는 리하베스트와 함께 맥주 부산물을 에너지바, 시리얼 등으로 제품화해 판매하기 시작했다. 스타트업 ‘라피끄’도 오비맥주와 함께 맥주 부산물을 탈모 방지, 미백 효과가 있는 화장품 원료로 업사이클링하고 이를 활용해 핸드크림과 샴푸를 생산하고 있다.
맥주를 제조할 때 나오는 맥주 부산물은 영양소가 풍부하지만 활용할 방법이 없어 그동안 막대한 환경 부담금을 내며 폐기해 왔다. 이를 해결한 것이 대기업과 스타트업의 상생협력인 ‘오픈 이노베이션’이다. 스타트업을 둘러싼 혁신생태계는 시대에 따라 진화해 왔는데 오픈 이노베이션은 현재 한국 혁신생태계의 대표적인 트렌드다. 스타트업에 대한 직접적 지원을 통해 한국의 벤처 부흥을 이끌어온 공공부문으로서는 이 오픈 이노베이션이 더 효율적인 방법일 수밖에 없다. 예산뿐 아니라 스타트업의 성장과 사후관리에서도 훨씬 효율적이다.
오픈 이노베이션은 헨리 체스브로 미국 버클리대 교수가 제시한 개념이다. 기업의 혁신을 위해 기술·아이디어·제품 개발에 대학이나 대기업, 중견기업, 스타트업 등 외부 자원을 활용하는 것을 뜻한다.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해 대·중견기업은 적은 초기 투자 비용으로 성장 가능성 있는 기업·기술과의 제휴 기회를 선점할 수 있다.
스타트업은 기술을 시장에 선보이고, 판로를 확보하는 시간과 비용을 줄이면서 빠르게 데스밸리를 극복해 성장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스타트업은 새로운 시각과 접근법으로 종종 기존 기업들이 놓치는 기회를 발견한다. 기존 기업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시험하고 실현하기 위해 큰 자본과 리소스를 필요로 하는 데 비해 스타트업과의 협력은 이런 리스크를 분산시키고 혁신을 더 빠르게 추진할 수 있게 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선 기술을 선점하는 것이 미래 산업 경쟁력 확보의 핵심이다. 신산업 분야 진출을 위해 대기업들은 오픈 이노베이션에 적극적이지만 그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스타트업의 기술 및 아이디어 도용 등의 우려도 존재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 때문에 오픈 이노베이션에 있어서 공공부문의 역할이 중요하다. 공공부문에서 주도하면 이런 위험을 방지하고 대기업과 스타트업 간 공정한 혁신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라는 신뢰감을 높일 수 있다. 그리고 실제로 진행해 보니 마치 누군가 적극적으로 중매에 나서야 결혼 성공 확률이 높아지는 것처럼 공공부문에서 오픈 이노베이션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운영할 때 그 성과가 더 높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었다.
스타트업에는 폭넓은 지원과 풍부한 네트워크를 제공하고, 대기업 및 다국적 기업에는 스타트업의 참신한 기술과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는 기회와 함께 새로운 사업 인사이트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공공부문은 이를 위한 정책을 내놓고 규제 환경을 조정하며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 연구개발 세제 혜택, 지식재산 보호 강화 등을 통해 혁신을 추구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시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
오픈 이노베이션은 균형 잡힌 시각으로 역할을 수행하고 성과를 공유하는 데 있어 공공부문이 더 잘할 수 있는 분야인 것이다.
김현우 서울경제진흥원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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