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13일 취임 후 처음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을 예방했다. 전날에는 양향자 한국의희망 대표와 문화계, 시민단체 인사를 만났다. 내년 총선을 7개월 앞두고 범(汎)여권 세력을 규합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김 대표는 이날 대구 달성군에 있는 박 전 대통령 사저를 찾았다. 지도부에선 김 대표를 비롯해 박대출 정책위원회 의장, 구자근 당대표 비서실장이 동행했다. 박 전 대통령 측근인 유영하 변호사도 자리했다. 이날 만남은 김 대표 요청에 따라 이뤄졌다. 박 전 대통령이 국민의힘 지도부와 만난 것은 2021년 12월 특별사면 이후 처음이다.
김 대표는 “천막당사 시절 회생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당을 되살렸던 역사에 대해 의견을 나누면서 연전연승 선거를 승리로 이끌었던 성과에 관해 얘기했다”며 “박 전 대통령은 여당 대표로 무거운 책임감이 있을 것이라고 하면서 열심히 하라고 격려의 말씀을 주셨다”고 했다.
이어 “윤석열 대통령이 박 전 대통령을 한번 모시고 싶다는 말씀을 드려달라고 해 전했더니 박 전 대통령이 긍정적으로 답변했다”고 전했다. 총선과 관련해 박 전 대통령의 자문을 구할 것이냐는 취재진 질문에는 “박 전 대통령이 가진 경험이나 영향력을 대동단결하도록 모아야 한다”고 답했다.
김 대표가 행보를 재개한 박 전 대통령을 예방한 것은 보수 지지층 결집을 의도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최근 여권이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반국가주의 세력 발언’ 등 이념 논쟁을 꺼내든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김 대표는 외연 확장에도 시동을 걸고 있다. 전날에는 양 대표와 만났다. 양 대표는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 21대 국회에 입성했지만, 지난해 국민의힘 반도체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범여권 인사로 분류된다. 김 대표는 같은 날 ‘문화자유행동’ 창립 기념 심포지엄에 참석해 문화예술계 인사와 만나기도 했다.
김 대표의 행보는 7개월 앞둔 내년 총선 전략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윤석열 대통령과 당 지지율이 30%대 박스권에 갇혀 있는 만큼 범여권 세력을 한데 모아 선거를 치르겠다는 구상이다. 반면 단식 14일 차에 접어든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는 만나지 않고 있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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