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아이폰15을 공개하며 가격을 동결했다. 애플 경영진의 위기감이 반영된 결과로 분석된다. 최대 시장 중국에선 공무원들에게 ‘아이폰 금지령’이 떨어졌고 유럽연합(EU)은 애플 대상 반독점 규제를 시행할 계획이다. 프리미엄 시장에선 ‘폴더블폰’을 앞세운 삼성의 공세가 거세다. 산업계에선 ‘코너에 몰린 애플이 가격으로 승부수를 던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애플은 12일(현지시간) “아이폰15 시리즈는 동일한 용량의 아이폰14 모델과 가격이 같다”고 발표했다. 예컨대 최상위급 모델인 아이폰15 프로맥스 256GB(기가바이트)의 달러 기준 출시가는 1199달러로, 아이폰14 프로맥스 가격과 동일하다.
애플은 그동안 최신 부품이 들어간 제품을 비싸게 파는 ‘프리미엄’ 전략으로 승부했다. 아이폰15 프로맥스의 경우 TSMC 3㎚(나노미터·1㎚=10억분의 1m) 공정에서 생산된 ‘A17 프로’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LG이노텍의 5배 광학줌 카메라 등이 새롭게 적용됐다. 전작 대비 원가가 20% 이상 높은 것으로 추정되는 부품들이다. 이런 이유로 시장에선 “애플이 올해는 폰 가격을 200달러 올릴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애플 경영진이 의외의 가격정책을 들고나온 것에 대해 “중국 시장을 지키기 위한 목적”이란 평가가 나온다. 중국은 올해 2분기 아이폰 매출의 24%를 차지한 애플의 주요 시장이다.
최근 중국의 시장 상황은 애플에 우호적이지 않다. 중국 정부는 최근 중앙 공무원들에게 아이폰 금지령을 내렸다. “판매량이 1~4% 감소하는 데 그칠 것”이란 분석(KB증권)이 있지만 ‘반(反)애플’ 정서가 확산하면 치명적인 타격이 될 가능성도 있다. 중국 외교부는 아이폰의 보안 문제를 언급하기도 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올해 중국 정책 여파로 아이폰 판매량이 전년 대비 5% 감소한 2억2000만~2억2500만 대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 현지 업체들의 공세도 만만치 않다. 3년 만에 5세대(5G) 스마트폰 ‘메이트 60 프로’를 내놓은 화웨이가 선두에 서 있다. “성능이 경쟁사 제품 대비 떨어질 것”이란 분석에도 ‘애국 소비’ 분위기 덕에 현지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화웨이는 이날 아이폰15 출시에 맞춰 “하반기 출하량 목표를 20% 상향 조정한다”고 밝혔다.
세계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삼성전자를 의식했다는 분석도 있다. 삼성전자는 전작 대비 외부 디스플레이의 길이(대각선)를 약 1.8배 늘린 ‘갤럭시 Z플립5’ 등을 출시하며 혁신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날 애플 주가는 1.71% 내린 176.3달러에 마감했다. 국내 스마트폰업계 관계자는 “아이폰15에서 혁신 포인트가 안 보인다”고 평가했다.
황정수/김익환 기자
실리콘밸리=최진석 특파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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