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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빅테크 수장들이 의회에 모여 인공지능(AI)의 위험성에 대한 우려를 쏟아냈다. 대부분 AI 규제 필요성에 공감했으나 각론에선 다소 차이를 보였다.
13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척 슈머 미국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 주최로 열린 ‘AI 인사이트 포럼’에 전·현직 미국 빅테크 최고경영자(CEO) 10여 명이 참석했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와 일론 머스크(테슬라), 순다르 피차이(구글), 마크 저커버그(메타), 젠슨 황(엔비디아), 샘 올트먼(오픈AI) 등이 모습을 드러냈다.
머스크 CEO는 이 자리에서 “AI는 엄청난 잠재력과 문명에 대한 위험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며 AI를 ‘양날의 칼’에 비유했다. 이어 “자율주행 자동차에 대해 걱정할 게 아니라 ‘더 깊은 인공지능’(deeper AI)이라고 부르는 것에 대해 더 걱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컴퓨터가 인간의 뇌를 모방하는 방식으로 데이터를 처리하도록 가르치는 ‘딥 러닝’에 관한 우려를 나타낸 것이다. 지난 3월 머스크 CEO는 한 싱크탱크를 통해 “거대한 AI 실험을 일시중지하자”는 공개서한을 발표하기도 했다.
머스크는 이날 오전 회의를 마치고 의회를 나오면서 기자들에게 “연방항공청(FAA), 증권거래위원회(SEC)처럼 연방정부 차원의 ‘AI 담당 부서’가 있어야 한다”며 “AI가 잘못되면 심각한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에 사후가 아닌 사전에 미리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게이츠 창업자를 비롯한 일부 참석자는 오픈소스 AI의 양면성도 짚었다. 오픈소스는 AI 시스템의 소스 코드를 공개하는 것을 의미한다. 게이츠 창업자는 “이 기술이 세계 빈곤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면서도 “AI가 오픈소스를 통해 잘못된 정보나 유독물질을 퍼뜨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반면 저커버그 CEO는 “오픈 소스는 도구에 대한 접근을 민주화한다”며 “경쟁의 장을 공평하게 하고 사람과 기업의 혁신을 촉진한다”고 치켜세웠다. 메타는 AI 기반의 새로운 대규모 언어모델(LLM)을 오픈소스 형태로 개발하고 있다.
이날 포럼엔 상원의원 60여 명이 출석해 높은 관심을 보였다. 슈머 원내대표는 “회의에 참석한 모든 이에게 정부가 AI 규제에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물었는데 모두가 손을 들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위원회를 통해 실제 AI 규제 법안이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면서도 “그동안 해본 일 중 가장 어려워서 의회를 통과할 합리적인 법안을 마련하는 데까지 몇 달은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신정은 기자 surisu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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