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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시중은행이 의무적으로 중앙은행에 적립해야 하는 돈의 비율(지급준비율)을 0.25%포인트 낮췄다. 디플레이션(경기 둔화 속 물가 하락)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약 90조원의 돈을 시장에 푸는 조치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14일 홈페이지를 통해 “15일자로 금융권 지급준비율을 0.25%포인트 인하하기로 했다”며 “경제 회복 기반을 공고히 하고, 합리적이고 충분한 유동성을 유지하기 위한 조치”라고 밝혔다. 이번 인하 이후 중국 금융권의 가중평균 지준율은 약 7.4%, 대형 상업은행은 10.5% 수준으로 떨어졌다. 인민은행의 지준율 인하는 지난 3월 이후 6개월 만이다.
지준율은 은행이 고객으로부터 받은 예금 중 중앙은행에 의무적으로 적립해야 하는 현금 비율을 뜻한다. 지준율을 떨어뜨리면 시중은행에 자금이 풍부해져 시장에 더 많은 돈을 풀 수 있다. 금융기관은 직접적인 자본 이탈이 없기 때문에 비용 부담 없이 유동성 확대에 동참할 수 있다. 경기를 활성화하겠다는 정부의 정책 의지를 시장에 명확하게 알리는 기능도 있다. 이 때문에 지준율 인하는 기준금리 인하와 함께 대표적인 통화 완화 수단으로 꼽힌다.
인민은행은 앞서 작년 4월과 12월, 올해 3월에 지준율을 0.25%포인트씩 인하했다.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에 따르면 이번 조치로 중장기 유동성은 5000억위안(약 91조원)가량 풀릴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두 차례에 걸쳐 지준율을 0.5%포인트 낮춘 뒤 1조위안 안팎의 자금이 풀렸다는 게 그 근거다.
중국 정부는 부동산개발업체의 도산 위기와 내수경기 침체가 겹친 경기 불황을 극복하기 위해 단계적으로 유동성 확대 조치를 취하고 있다. 인민은행은 지난달 1년물 중기유동성지원창구(MLF) 금리와 7일물 역레포 금리를 각각 0.15%포인트, 0.1%포인트 내렸는데 이번 지준율 인하 역시 이런 유동성 확대 정책의 연장선으로 보인다.
중국 당국이 위안화 약세를 경계하고 있다는 점에서 15일 발표될 정책금리 MLF는 동결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에선 MLF가 내려가면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대출우대금리(LPR)도 함께 조정된다. 인민은행은 3월 지준율을 내리고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지나친 유동성 확대에는 신중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중국 역내 위안화 환율은 지난 8일 기준 달러당 7.3415위안으로 마감해 2007년 12월 26일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에 인민은행은 11일 성명을 내고 “환율의 과도한 상승을 피하기 위해 필요시 주저 없이 조처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베이징=이지훈 특파원/김리안 기자 liz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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