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정훈 두산로보틱스 대표는 14일 서울 여의도 63컨밴션센터에서 IPO 간담회를 열고 유가증권시장 상장 진출 이후 계획과 목표를 밝혔다. 류 대표는 "두산로보틱스는 제조업 분야를 비롯해 향후 서비스 영역 선점을 위한 솔루션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며 "단기적으로는 B2B 로봇시장을 선점하는 게 목표이고 장기적으로는 B2C(기업과 소비자간 거래)로 영역을 확장해 나가고자 한다"고 밝혔다.
류 대표는 2년 전 두산로보틱스 대표에 오르기 전까지 두산인프라코어 중국법인에서 마케팅·세일즈를 총괄했다. 이후 8년 동안 두산그룹에서 기업 전략과 신사업 전략 부문을 도맡기도 했다.
류 대표는 "두산인프라코어에서 수년간 굴삭기를 다루다가 로봇시장으로 넘어왔다. 굴삭기는 사람이 할 수 없는 일을 대신하는 데 의미가 있다면, 로봇은 사람이 반복적으로 하는 일들을 대체해 준다는 게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느꼈다"며 "공장 내에서만 로봇의 활동영역을 한정짓지 않고 공장 밖으로 나가서도 사람의 손이 닿는 수많은 일들에 로봇이 함께할 수 있게 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라고 말했다.
2014년 두산그룹의 프로젝트 중 하나로 시작된 두산로보틱스는 이듬해 7월 독립 법인을 설립하면서 출범했다. 핵심 사업모델인 협동로봇은 사람과 같은 공간에서 작업하며 물리적으로 사람과 상호작용할 수 있도록 설계된 로봇이다. 회사는 창업 초기 연구진과 개발자들을 영입해 3년여간 연구개발에 매진해 자체 기술로 모델 4개의 협동로봇을 개발했다. 꾸준한 기술 고도화를 위해 현재도 전 직원의 40%가량을 연구개발 인력으로 유지 중이다.
두산로봇은 작업반경 900~1700mm·가반하중 5~25kg의 제품 라인업을 보유하고 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모든 6축 회전축에 토크센서를 내장한 M시리즈 △최대 가반하중 25kg으로 중량 운반이 가능한 H시리즈 △최고 속도를 구현한 A시리즈 △미국 위생안전기관 NSF의 식품위생안전 인증을 획득한 협동로봇 E시리즈 등이 대표적이다.
회사는 협동로봇 라인업 13개를 바탕으로 제조·서비스·의료 등 여러 영역으로 사업을 넓히고 있다. 특히 작년 페이로드(가반중량) 20kg 이상의 협동로봇 시장에서 점유율 72%를 기록했다. 시장은 얼마만큼의 무게를 들 수 있는가, 손을 얼마나 멀리 뻗을 수 있는가 등을 로봇 성능을 평가하는 주요 잣대로 삼고 있다. 때문에 20kg 넘는 무게를 드는 페이로드 시장에서 세계 1위를 기록한 것은 주목할 만한 일이다.
해외로도 활발하게 진출한 상태다. 2017년 국내 최대 로봇 행사 중 하나인 로보월드에서 M시리즈를 처음 공개한 뒤 이듬해 독일, 2019년 미국 등 세계 주요 박람회에 나서며 진출을 본격화했다. 이후 2020년 모델 6개를 추가 출시하면서 협동로봇 시장에서 최대 라인업을 갖추게 됐다는 설명이다. 현재 유럽과 북미, 아시아 등 40여개국에 진출한 상태다.
고객사도 중소기업부터 대기업까지 다양하게 확보했다. 대표적으로 현대차그룹과 포스코, LG전자, LG에너지솔루션, 삼성, 에머슨, 로레알, 지멘스, 밥캣, 훼스토 등과 협력하고 있다.
류 대표는 "테슬라가 전통적인 자동차 산업에 혁신을 가져왔듯이 무에서 유를 창조해야 하는 이 시장에서 우리도 빛을 발하고자 한다. 물론 두고봐야 하겠지만 테슬라 만큼의 성장성을 지녔다고 생각한다"며 "세계 최고의 로봇회사가 되겠다"고 밝혔다.
이어서 "중국 등에서 후발주자들이 나서면 시장 점유율을 뺏기지 않을까 하는 시각이 있던데 개인적으로는 그럴 가능성은 적다고 본다"며 "글로벌 톱티어 회사들과의 협력으로 검증된 성능과 안정성 등은 단기간에 따라올 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말해다. 류 대표는 흑자 전환 시기는 내년으로 예상했다.
두산로보틱스는 이번 상장에서 1620만주를 공모한다. 공모 예정가는 2만1000~2만6000원으로 총 예상 공모금액은 3402억~4212억원이다. 상장 이후 예상 시가총액은 1조3612억원에서 1조6853억원 수준이다. 최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파두에 이어서 올 들어 두 번째 조 단위 IPO다.
수요예측은 오는 15일까지 진행되고 일반청약은 오는 21~22일 이틀간 진행될 예정이다. 상장 대표주관사는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이고, 공동 주관사는 KB증권, NH투자증권, CS증권이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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