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세 고수는 주택보다 상가를 증여한다 [한경부동산밸류업센터]

입력 2023-09-19 12:28   수정 2023-11-15 10:26

우리나라의 상속·증여세 최고세율은 OECD 회원국 중에서도 가장 높은 수준에 속한다. 이는 사전에 상속을 준비하지 않으면 자녀에게 귀중한 재산보다는 세금폭탄을 물려주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최근 모기업의 대주주가 사망하여 상속인들이 세금을 납부하기 위해 주식을 물납하거나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받는다는 기사를 접했을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최근 상속세 부담 완화를 위해 세제개편에 대한 내용도 논의하고 있으며, 이와 더불어 가업상속에 대한 혜택과 사후관리를 완화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는 것이다.

상속·증여세 역시 아는 만큼, 노력한 만큼 충분히 절세가 가능하므로,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계획을 세워 차근차근 실천해 나간다면 다른 어떤 세금보다 절세할 수 있다.



평생을 소중하게 키워온 자산, 이제는 자녀 세대로의 이전을 고민해야 하며, 최근 필자가 은행의 자산가에게 상담해드린 내용이 자녀 세대에게 이전을 고민하는 다른 자산가들에게도 좋은 참고사항이 될 수 있어 소개해본다.

서울에서 병원을 운영중인 병원장님에게 상담해드린 내용으로, 병원장님은 경기도 용인 지역에 10여채의 구분 상가와 분당에 주거용 오피스텔 2채, 서울에 아파트가 있는 다주택자였다. 성년인 자녀 3명이 있었으며, 이중 차녀 1명은 외국인과 결혼해 해외에서 거주하고 있는 비거주자인 상황이었다. 장녀와 막내 자녀는 이미 1주택자였으며, 2020년초 장녀에게는 사전증여로 1억원을 증여했었다. 병원장님은 병원을 운영하고 있어 은퇴 시기가 별도로 정해지지 않았음에도, 나중에 상속세를 줄이려면 미리 사전 증여를 해야 한다고 들은 터라 가지고 있는 재산 중 무엇을 증여해야 좋을지 모르겠다는 고민을 하고 계셨다.



필자는 병원장님에게 사전에 증여할 재산으로 주택보다는 상가를 증여해야 한다고 제안해드렸다. 그렇게 제안해드린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 번째, 아파트나 오피스텔을 증여하는 경우 유사한 매매사례가액이 다수 존재하는 상황이어서 증여재산가액에 대한 선택권이 거의 없는 상황이었다. 반면 상가의 경우는 유사한 매매사례가액이 거의 없으므로 감정가액 또는 기준시가를 적용할 가능성이 있으며, 통상 감정가액이나 기준시가는 매매가액보다 낮은 상황이므로 증여재산가액을 낮출 수 있는 유인을 고려했다.

두 번째는 자녀 2명이 이미 1주택자인 상황에서 아파트를 증여하는 경우 다주택자가 되므로 증여시점에 취득세도 중과될 뿐만 아니라, 추후 자녀가 주택을 추가로 취득하는 경우에도 취득세가 중과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라는 점이다. 보유세인 재산세, 종부세 부담도 높아질 가능성이 있으며, 향후 양도 시 양도소득세 중과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현재는 다주택자 주택 양도소득세 중과는 한시적으로 완화되어 있는 상황이나 부동산 경기에 따라 세제가 다시 변동할 가능성도 있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세 번째, 병원장님은 병원에서 발생하는 사업소득으로 이미 소득세 최고세율 구간을 적용 받고 있어 상가에서 발생하는 임대 소득도 병원에서 발생하는 사업소득과 합산돼 매년 최고 세율로 세금을 부담하고 있는 상황이다. 병원장님이 보유한 자산 중 상가를 자녀에게 증여하는 경우 병원장님의 종합소득에서 상가 임대소득이 제외되고, 대신 자녀들의 임대소득으로 반영되므로 종합소득세 세율 구간이 낮게 적용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마지막으로 병원장님의 자녀들이 향후 재산을 취득하는 경우 상가의 임대소득이 재산취득 자금의 출처가 될 수 있어 자금출처조사의 가능성도 대폭 낮아질 수 있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상가의 경우 유사 매매사례가액이 거의 존재하지 않아서 기준시가를 증여재산가액으로 하여 증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으나, 근래 국세청은 비주거용 부동산에 대해 편법 증여를 차단하기 위하여 증여재산가액을 감정가액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에 해당 상가도 감정가액으로 증여재산가액을 결정하도록 안내했다.

또한, 증여재산가액 전체를 증여하는 형태보다는 상가에 담보로 설정된 금융기관의 대출금액을 자녀분이 승계하는 형태의 부담부증여의 방법으로 진행하는 경우 증여세 세율도 20% 가량으로 적용 받는다. 국세청은 부담부증여의 경우 5년간 대출 금액에 대한 상환 내역을 사후관리하고 있으므로 증여 이후 발생하는 상가의 임대소득으로 대출 원리금을 상환할 수 있도록 제시해드렸다. 그리고 병원장님이 사용중인 병원에 대한 임차료도 자녀분에게 지급하면서 비용으로 처리하여 병원의 사업소득에서 공제받을 수 있는 부분이 있어 최적의 절세 방안임을 안내해드렸다.

절세 대안으로 제시해드린 내용의 장점을 간략히 정리해보면, 병원장님이 보유하고 있는 재산 중 상가를 증여하는 경우 병원장님은 향후 상속재산이 감소되어 상속세를 절감할 수 있으며, 소득세 최고세율을 적용 받는 상가 임대소득에 대해서 소득세를 절세할 수 있다. 그리고 주택이 아닌 상가를 부담부증여 형태로 하는 경우 채무부담액만큼 양도소득세가 발생하나, 이는 일반세율이 적용되어 주택의 양도소득세 중과세율을 적용 받는 것에 비해 상대적으로 효과적이다.

자녀 입장에서는 상가를 증여 받게 되면 임대소득이 발생하므로 향후 자녀 명의의 재산을 취득하는 경우 상가 임대소득이 다른 재산의 취득자금에 대한 출처를 확보할 수 있으며, 이와 더불어 부동산 가치상승의 기회도 확보할 수 있는 것이다.

김형철 하나은행 WM본부 상속증여센터 세무전문위원

※ 본 기고문의 의견은 작성자 개인의 의견이며, 소속회사의 의견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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