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테인먼트 왕국을 꿈꾸는 넷플릭스가 게임 사업 확장에 시동을 걸었다. 인기 스포츠 경영 게임인 ‘풋볼매니저’의 모바일 버전을 독점 공급하기로 했다.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 출시와 함께 연내 게임 40종을 출시하겠다는 이 회사 사업 전략의 일환이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서 성공한 넷플릭스의 구독 사업모델이 게임에서도 통할지 여부에 업계 관심이 쏠린다.
14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일본 세가의 게임 ‘풋볼매니저 2024’의 모바일 버전을 오는 11월 6일 독점 출시하기로 했다. 풋볼매니저 시리즈는 2005년 이후 3500만장이 넘는 판매고를 올린 축구 시뮬레이션 게임이다. 게이머가 감독이나 관리자가 돼 즐기는 스포츠 경영 게임의 대표주자로 꼽힌다. 세가는 그간 이 게임의 모바일 버전을 앱 패키지 형태로 판매했지만 11월 내놓을 게임은 넷플릭스 구독자에 한해서만 공급하기로 했다.
넷플릭스가 기존 인기 게임의 독점 공급에 나선 건 이례적이다. 이 업체는 2021년 11월 기존 OTT 앱을 활용해 게임 사업에 진출했다. 이 사업 초기만 해도 넷플릭스는 흥행에 성공한 자체 지식재산권(IP)을 게임으로 만드는 데 초점을 뒀다. 드라마 ‘기묘한 이야기’ 시리즈나 ‘퀸스 갬빗’ 등을 게임으로 만든 경우가 그랬다. 업계에선 넷플릭스가 대작 게임을 직접 만들기보다는 IP 다각화 차원에서 게임 시장에 진출한 것으로 풀이했다.
넷플릭스가 게임 시장에 적극적인 의지를 드러낸 건 최근이다. 이 회사는 지난달 PC와 TV로 즐길 수 있는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를 영국과 캐나다에서 테스트 형태로 출시했다. 방대한 양의 동영상을 공급하면서 쌓인 클라우드 인프라 역량을 활용하겠다는 전략이다. 클라우드 방식으로 게임을 공급하면 이용자가 게임을 따로 설치할 필요가 없다. 고사양 게임 구동에 쓰이는 고가 장비 없이도 게임을 즐길 수 있단 얘기다.
넷플릭스는 올해 안에 OTT 플랫폼을 통해 게임 40종을 출시하는 게 목표다. 이미 공급 중인 게임만 70여종에 이른다. 단순 배급에만 치중하는 것도 아니다. 넷플릭스는 지난 3월 자체 스튜디오를 통해 게임 16종을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리앤 룸 넷플릭스 게임부문 부사장은 지난달 영국 매체 BBC와의 인터뷰에서 “게임은 가장 큰 엔터테인먼트 사업 중 하나인 만큼 이를 구독 서비스에 포함시키는 건 자연스러운 수순”며 “(사업 초기엔) 의도적으로 시끄럽게 홍보하려 하지 않았을 뿐”이라고 말했다.
OTT 구독과 클라우드 방식을 결합한 넷플릭스의 게임 사업 전략이 통할 지 여부는 미지수다. 다른 빅테크(대형 기술기업)가 비슷한 방식으로 게임 사업에 진출했다 쓴 맛을 본 전례가 있어서다. 구글은 2019년 11월 클라우드 게임 플랫폼인 ‘스타디아’를 선보였지만 지난 1월 이 플랫폼의 운용을 중단했다. 업계 관계자는 “클라우드 게임은 이용자가 외부 서버에서 공급 받아야 하는 데이터가 많다보니 통신이 조금만 지연돼도 이용자의 불편함이 커진다”며 “안정적인 게임 구동 환경을 구현할 수 있느냐가 사업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말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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