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2K 패션 유행과 함께 돌아온 카고팬츠 인기가 예능프로그램 '스트릿 우먼 파이터 2'(스우파2)와 함께 달아오르고 있다. 카고팬츠란 이름이 낯설다면 20년 전 '텐미닛'(10 Minutes)을 부를 당시 이효리가 입은 이른바 '건빵바지'를 떠올리면 된다. 양옆에 입체적 주머니가 있는 헐렁한 바지를 입은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자)가 거리를 휩쓸고 있다.
"잘 봐, 언니들 싸움이다"란 유행어를 낳은 시즌 1이 막을 내린지 2년 만에 돌아온 스우파2가 방영을 시작한 지난달 22일부터 이달 13일까지 패션플랫폼 에이블리에서 '카고팬츠' 검색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75% 급증했다. '카고바지', '카고반바지' 검색량도 각각 185%, 570% 치솟은 것으로 나타났다. 바지뿐 아니라 '카고치마' 검색량도 240% 늘어났다.
또다른 패션플랫폼 지그재그에서도 카고팬츠 검색량이 118% 늘었다. 카고팬츠와 함께 맞춰 입기 좋은 '브라탑' 검색량도 36% 증가했다.
무신사에서도 이달 들어 지난 11일까지 카고팬츠를 찾은 고객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60% 뛰었다. 특히 남성(185.9%)에 비해 여성(215.5%)의 검색어 증가율이 더 높았다.
지난달 스우파 2가 방영되면서 여성들의 카고팬츠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는 반응이 나온다.
카고팬츠와 함께 방송에서 출연자가 착용해 시선을 끈 니트모자 '비니'를 찾는 사람도 늘어났다. 에이블리에서는 날씨가 여전히 더운데도 '여름비니' 검색량(8월22일~9월13일 기준)이 330% 증가했다.
관심은 실제 판매로도 이어졌다. 지그재그에서 카고팬츠 거래액(8월22일~9월13일)은 126% 뛰어 두 배 수준으로 늘었다. 무신사에서 비니 판매액도 57.4% 증가했다. 무신사에 따르면 해당 플랫폼이 판매 중인 에즈이프캘리의 ‘파라슈트 카고 팬츠’ 카키 색상은 지난 5월 출시 후 누적 2800장 이상 팔렸다.
무신사 관계자는 "여성 댄스 크루들이 1990년대 힙합 느낌이 물씬 풍기는 통 넓은 카고팬츠를 착용하고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모습이 트렌드에 반영되는 모습"이라며 "국내에 스트리트 패션 열풍을 일으킨 스우파가 시즌2로 돌아오며 댄서들이 착용한 아이템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카고팬츠의 헐렁한 실루엣은 있는 그대로의 내 몸을 사랑하고 건강한 삶을 살자는 '보디 포지티브(몸 긍정주의)' 문화와도 잘 맞아 떨어져 여성들 사랑을 받고 있다.
이렇다보니 Y2K 유행을 누리는 잘파세대(1990년대 중반 이후 출생자)와 추억을 되새기는 X세대 모두 카고팬츠를 즐겨 착용하고 있다. 브라운관에서는 과거 '텐미닛'으로 카고팬츠 유행을 이끈 이효리가 2020년 예능프로그램 '놀면뭐하니'에 다시 한 번 카고팬츠를 입고 시선을 끌었다. 잘파세대 연예인 대표인 그룹 블랙핑크와 그룹 뉴진스도 인스타그램 계정에 카고팬츠를 입은 사진을 올렸다.
지그재그 관계자는 "최근 몇 년 동안 지속되고 있는 Y2K 패션 트렌드에 따라 카고팬츠, 크롭티셔츠 등의 판매가 증가하고 있다"며 "최근 스우파 시즌 2와 함께 ‘걸크러시’라 불리는 패션 스타일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고 있어 관련 아이템들이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