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훈부가 내년에 군인을 비롯한 제복 공무원에 대한 감사 캠페인을 홍보하기 위해 50억원을 사용하겠다고 국회에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보훈부는 이 예산이 지난해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전액 삭감‘ 의견을 받았음에도 올해 오히려 사업비를 늘리며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야권에선 보훈부가 정작 재취업 교육 등 제대 군인의 사회 복귀를 실질적으로 지원하는 사업의 예산을 삭감한 점을 지적하며 “내실 없는 일회성 홍보 사업에 과도한 예산을 편상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14일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보훈부는 국회에 제출한 ‘2024년도 예산안 및 기급운용계획안 사업설명자료’에서 MIU(Men in Uniform-제복 공무원) 감사 캠페인에 50억원의 사업비를 편성했다. 이 자료에서 보훈부는 “제복근무자에 대한 예우문화 조성 캠페인의 확대가 필요하다”며 “공익광고 송출 증대 등을 위해 2023년 예산(40억원) 대비 25%의 증액을 요구한다”고 설명했다.
세부 사업 항목 설명에서 보훈부는 방송사와 연계해 TV프로그램을 제작하기 위해 10억원을 사용하겠다고 제안했다. 그밖에 제복영웅 그래피티 제작 사업에 1억원, 소셜 웹툰 제작에 1억500만원을 편성했다. TV와 유튜브 광고에는 각각 8억8000만원과 8000만원이 편성됐다.
MIU 캠페인은 올해 예산 심사 과정에서도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정무위는 보훈부(당시 국가보훈처)가 요구한 40억원 가운데 20억원을 삭감 요구했고,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40억원 전액을 삭감했다.
당시 국회사무처 소속 전문위원은 예결위 회의에 출석해 “타 부처의 국방홍보, 병역자긍심 고취 사업과 중복되고 예산의 대부분이 광고 비용 등으로 구성돼 일회성 행사에 그치기 때문에 감액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다만 MIU 예산은 여야의 최종 협상 과정에서 되살아나 정부안(40억원)대로 편성됐다.
보훈부는 내년도 예산에서 MIU 캠페인과 별도의 홍보성 예산도 대폭 확대 편성했다. ‘보훈문화콘텐츠 제작 및 활성화 사업’은 지난해 83억원에서 내년 113억원으로 증액된 것이 대표적이다. 보훈문화를 조성할 수 있는 게임을 제작하는데 10억원, 보훈인물의 인공지능(AI) 디지털 캐릭터를 제작하는데 30억원을 사용하겠다는 취지다.
이 같은 보훈부의 예산 편성에 야권에선 “제복 공무원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군인들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 사업 예산은 되려 삭감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MIU 캠페인이 포함된 보훈부의 제대군인 사회복귀 지원사업 가운데 보다 직접적인 지원사업들은 모두 축소됐기 때문이다.
제대군인 사회복귀 지원사업은 총 5개 세부항목(MIU 캠페인, 제대군인지원센터 운영, 직업교육훈련 지원, 제대군인 수업료 보조, 제대군인지원정책 개발 및 홍보)으로 구성됐다. 하지만 이 가운데 올해 본예산과 비교해 내년도 정부안에서 증액이 이뤄진 항목은 MIU 캠페인이 유일하다. 제대군인지원센터 운영비는 100억원에서 81억원으로 삭감됐다. 직원교육훈련 지원사업(49억5100만원→49억1100만원), 제대군인 수업료보조(1억3400만원→1억2100만원), 제대군인 지원정책 개발(7억700만원→5억6200만원) 등 나머지 세부 항목도 전부 축소 편성됐다.
김 의원은 “MIU 캠페인을 비롯해 홍보성 사업의 올해 예산 사용 내역을 보면 유튜브 영상 제작, 음악방송 협찬 등 대부분 외부 업체를 배불려주는 내용”이라며 “제대군인들을 직접 지원하는 사업을 삭감하면서까지 집행해야 할 만큼 MIU 캠페인이 중요한지 심각한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무위 예산결산소위원회 소속인 김 의원은 “민주당은 올해 예산 심사 과정에서도 MIU 사업에 전액 삭감 의견을 개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범진 기자 forwar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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