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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미국 기업공개(IPO) 시장 ‘최대어’로 꼽히는 영국 반도체 설계업체 Arm이 14일(현지시간) 상장 첫날 25% 폭등하며 반도체 기업에 대한 투자자의 관심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이날 나스닥시장에서 ARM은 주당 56.10달러에 처음 거래된 뒤, 25% 오른 63.59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해당 가격을 반영한 기업가치는 652억 4800만달러에 달한다. 한화로 약 86조 7000억원 수준으로 한국 14일 기준 삼성전자 시총 428조 334억원에는 못 미치지만 88조 9619억원을 기록한 SK하이닉스에 근접하는 기업가치를 보였다.
◆2023년 미국 내 가장 큰 IPO
ARM의 상장 규모는 2021년 10월 전기차 제조업체인 리비안이 137억 달러 규모의 IPO에 성공한 뒤 가장 크다. 올해 들어선 5월에 존슨앤드존슨의 소비자 건강 부문에서 분사한 캔뷰가 43억 7000만달러에 IPO에 성공했지만 ARM은 이를 훨씬 뛰어넘는 성과를 보였다.
앞서 ARM은 전날 공모가격을 희망가 범위(47∼51달러)의 최상단에 해당하는 주당 51달러로 책정했다. 모바일용 반도체 설계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가진 Arm에 투자자들의 강력한 수요가 몰리면서 상장 흥행에 성공한 것으로 풀이된다.
ARM의 지분 전량을 소유한 소프트뱅크는 이번 기업공개로 48억7000만달러를 조달했다. ARM은 최근 회계연도에 매출이 정체됐고 일부에서 중국 내 다양한 위험에 노출됐다고 우려하지만, 인공지능(AI) 붐에 힘입어 매출 성장이 가속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는 앞서 2016년 ARM을 320억달러에 인수했다.
30년 된 제품에서도 로열티 수익 나
ARM 주가엔 엄청난 프리미엄이 붙은 것으로 평가받는다. CNBC는 ARM의 주식 공모가와 주가수익비율(PER)을 근거로 ARM의 기업가치가 엔비디아 수준의 프리미엄을 반영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엔비디아의 실적 전망치 대비 현재 주가를 나타낸 주가수익비율이 108배인데 ARM의 주가수익률은 이와 큰 차이가 없는 104배로 산정됐기 때문이다. CNBC가 집계한 엔비디아의 주가수익비율은 올해 3분기 매출이 1년 전 같은 기간과 비교해 170% 늘어난다는 전망치에 기반한 것인데, 이같은 성장 전망치를 제외하면 엔비디아와 비슷한 수준인 것으로 분석된다.
Arm의 최고 재무 책임자 제이슨 차일드는 이날 “회사가 로열티 성장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고객에게 더 큰 비용과 기능을 갖춘 제품을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Arm의 로열티 중 상당수는 수십 년 전에 출시된 제품에서 발생한다. 2022년에 총 16억 8000만 달러에 달하는 Arm의 로열티 수익 중 약 절반은 1990년부터 2012년 사이에 출시된 제품에서 나왔다. 그는 “ARM은 CFO로서 제가 본 것 중 가장 훌륭한 비즈니스 모델 중 하나”라며 “제품 중 일부는 30년 된 것도 있다”고 말했다.
2025년 칩 설계 시장 2500억 달러
ARM은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프레젠테이션에서 데이터 센터 및 자동차용 칩 설계의 성장을 포함해 2025년까지 칩 설계의 전체 시장 규모가 약 250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Arm의 반도체 설계는 거의 모든 스마트폰 칩에 사용된다. 지난 3월에 마감된 회계연도 Arm의 매출은 26억 80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1% 미만 감소했다.
차일드 CFO는 ARM이 애플, 구글, 엔비디아, 삼성, AMD, 인텔, 케이던스, 시놉시스, 삼성, 대만 반도체 제조 회사로 구성된 전략적 투자자 그룹에 7억 3500만 달러의 주식을 매각했다고 밝혔다. 이는 자체 칩을 설계하고 제작하기 위해 Arm의 기술에 의존하는 칩 회사들 사이에서 Arm의 영향력을 입증하는 증거로 풀이된다. 그는 “더 많은 금액을 매입하고 싶어 하는 기업도 있었지만 우리는 좀 더 다양한 주주를 확보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한편 ARM의 주식 90%를 가진 손정의 소프트뱅크 CEO는 이날 Arm의 기술이 인공지능 칩에 어떻게 사용되는지 강조하며 최근의 인공지능 및 머신러닝 붐과 회사를 연결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또“회사의 남은 Arm 지분을 가능한 한 오래 유지하고 싶다”고 말했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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