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추석 연휴는 총 6일이다. 정부가 휴일 사이에 끼인 10월 2일(월)을 임시 공휴일로 지정했기 때문이다. 이런 조치는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확정된다. 명분은 내수 진작과 국민 휴식권 확대다. 휴일이 늘어나면 많은 직장인은 좋아한다. 정부가 정하는 공휴일은 유급 휴일, 일하지 않아도 급여는 그대로다. 반면 기업 경영 입장이나 직원을 쓰는 사업주 처지에선 달갑지 않을 수 있다. 정부가 임금을 주는 것도 아니면서 생색만 내는 셈이니 말이다. 나흘인 추석 연휴를 엿새로 늘려도, 내수는커녕 해외 여행객만 확대할 것이라는 우려도 만만찮다. 가뜩이나 공휴일이 많은데, 생산성은 높이지 않은 채 노는 것만 장려한다는 산업계 지적에는 선거용 포퓰리즘 경계 심리도 있다. 기업 부담을 감수하는 임시 공휴일 지정, 어떻게 볼 것인가.
내수, 즉 ‘국내에서의 수요’는 소비와 투자의 총합이다. 투자 확대는 규제 혁파 등을 통해 그것대로 가되, 정부와 민간 양쪽에 걸친 소비를 확대해나갈 필요가 있다. 그러자면 돈을 쓸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 전통적으로 근무일보다 쉬는 날 소비가 더 는다. 임시 휴일을 만들어서라도 국내 관광을 부추기고 각종 외식도 유도해야 한다. 관련 산업 매출 증대로 종사자들 주머니를 든든하게 해주자는 취지다. 휴일을 늘려놓으면 음식·교통·숙박업 중심의 자영업자 장사가 잘될 것이다. 마침 추석 연휴가 9월 말~10월 초에 걸쳐 있어 계절도 좋다. 더 많은 사람이 평소에 만나기 힘들었던 친지를 방문하고 가족 단위 나들이도 할 것이다. 임시 공휴일 지정에 따른 생산 유발 효과가 4조2000억 원(2020년 기준, 현대경제연구원)에 달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정부는 임시 공휴일 지정 정도로 끝내선 안 된다. 예산을 동원해서라도 숙박 쿠폰을 배포하고, 신용카드 사용에 대한 세금 혜택 등도 함께 추진해야 한다. 그래야 공휴일을 정한 취지가 살아난다. 아울러 관광지의 고질적인 바가지요금 단속에 나서야 한다. 고물가로 국내에서조차 외면받는 제주도가 좋은 사례다. 음식값을 비롯해 모든 물가가 너무 비싸기 때문에 제주행 발길이 줄어들고 있다. 논란 속에 임시 공휴일을 제정한 취지가 살아나려면 관광지의 서비스 수준을 확 끌어올리고 가격 거품을 빼는 것도 중요하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근로의욕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한국은 아직 일하기 싫어도 더 해야 한다. 그래야 경제발전이 가능하다. 툭하면 놀자 풍토로는 풍요로운 미래가 오기 어렵다. 중요한 것은 생산성이다. 한국의 생산성이 노동과 산업 전반에 걸쳐 아직은 부족하다. 고부가가치 제품을 생산하려면 더 일하고, 더 연구하고, 더 공부해야 한다. 국제적으로 비교해봐도 한국의 생산성은 아직 선진국에 비해 떨어진다. 근로 현장만이 아니다. 임시 공휴일이 되면 학교도 쉬고, 자연히 학생도 공부를 덜 하게 된다. 여름방학이 끝나고 선선한 가을철 학습에 몰두할 만한 시기에 면학 분위기가 흐트러지는 것이다. 여름방학, 겨울방학 모두 긴 데 가을 중간에 엿새씩 또 놀면 공부는 언제 하나.
내수 진작을 해서라지만 과연 소비를 증대시키는 효과가 실제로 있는지 검증도 필요하다. 한국경영자총협회 분석에 따르면, 법정공휴일이 일요일과 겹칠 때 주중 하루를 휴일로 지정하는 대체공휴일 도입으로 28조 원의 생산 감소와 4조3000억 원의 인건비 추가 부담 등 32조 원 이상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한다(2013년 기준). 더구나 6일간의 장기 휴일로 해외여행만 늘어날 공산이 크다. 일본·태국·베트남 등 인기 지역 항공권은 이미 매진됐다. 내수 증진은커녕 계획에도 없던 사람들까지 나라 밖으로 나가도록 정부가 해외여행을 부채질하는 꼴이다. 여행수지 적자만 늘리는 결과가 될 수 있다.
허원순 한국경제신문 수석논설위원 huh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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