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버거 먹기 힘드네"…만원짜리 들고 갔다가 '화들짝' [오정민의 유통한입]

입력 2023-09-16 14:04   수정 2023-09-16 16:14

'저렴한 한 끼'로 여겨지던 패스트푸드도 만원짜리 한 장으로 한 끼 해결이 어렵게 됐다. 국내 소비자들이 햄버거 프랜차이즈에서 1인당 한 끼에 평균 1만700원을 사용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고물가에 주요 햄버거 프랜차이즈가 가격을 연달아 인상한 여파로 풀이된다.
1만원 미만 주문 비중 절반 아래로

햄버거 프랜차이즈 이용 시 한 끼에 1만원 아래로 지출한다는 응답자의 비중이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6년 전 조사 당시보다 비중이 10%포인트 가까이 줄어들었다.

지난 15일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올해 1월 이후 주요 햄버거 프랜차이즈 6곳을 이용한 소비자 1800명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배달비와 주문 수수료 등을 포함해 햄버거 프랜차이즈에서 1인당 평균 1만700원을 지불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올해 6월7~20일 진행된 설문 대상 햄버거 프랜차이즈는 노브랜드 버거·롯데리아·맘스터치·맥도날드·버거킹·KFC다.

응답자 중 평균 주문 금액이 1만원 미만이라고 답한 응답자는 47.0%로 2017년 조사(56.7%)보다 9.7%포인트 하락했다. 반면 2만원 이상 주문 비중은 2017년 3%에서 8.1%로 5.1%포인트 상승하며 두 배 수준으로 늘어났다. 1만원 이상 2만원 미만 주문 비중은 40.3%에서 44.9%로 4.6%포인트 상승했다.

소비자원은 "6개 햄버거 프랜차이즈의 평균 종합만족도는 3.76점이었고, 업체별 점수는 최고 3.81점에서 최저 3.63점으로 조사대상 업체 간 편차는 크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외식물가 고공행진…단품도 7000원 넘었다

올해 들어 외식 프랜차이즈들이 잇따라 가격을 인상하면서 '버거플레이션(버거+인플레이션)'까지 나타난 셈이다. 단품 햄버거도 5000원짜리 한 장으로 사기 쉽지 않은 실정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햄버거 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7.1% 올라 전체 외식물가 상승률(5.3%)을 소폭 웃돌았다. 앞서 햄버거 물가는 주요 프랜차이즈 가격 인상이 반영되며 지난 4월 17.1% 올라 2004년 7월(19%) 이후 18년 9개월 만에 가장 높게 뛰기도 했다.

각 햄버거 브랜드는 지난해 두어차례 가격을 올린 데 이어 올해도 가격을 인상했다. 올 들어 맥도날드, 노브랜드, 롯데리아, KFC, 버거킹, 맘스터치 등 주요 브랜드가 줄줄이 값을 올렸다. 각사 대표 제품인 맥도날드의 빅맥 단품 가격이 5000원을, 버거킹 와퍼 가격도 7000원을 넘었다.


각 브랜드는 원재료가 상승에 따른 불가피한 가격 인상이란 점을 강조하고 있다. 시장 성장 속 잇따라 프리미엄 버거 브랜드가 시장에 등판하면서 시장이 세분화된 결과이기도 하다.

국내에 버거 단품 가격이 최고 14만원에 달하는 영국 스타 셰프 고든램지의 '고든램지 버거'를 비롯해 쉐이크쉑, 파이브가이즈 프리미엄 버거 브랜드가 주목을 받으며 소비자 눈높이가 높아졌다.

일례로 지난 6월 국내 1호점 문을 연 파이브가이즈는 세트 메뉴가 따로 없고 가장 저렴한 버거와 감자튀김, 탄산음료만 구매해도 2만원이 넘는다. 그러나 첫날 수백명이 개점 전 모이는 '오픈런'이 일어난 데 이어 최근에도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한 대기가 이어지며 인기를 끄는 것으로 전해졌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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