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가 한국부동산원을 압박해 집값 통계를 조작했다는 정황이 드러났다.
감사원이 15일 공개한 '주요 국가통계 작성 및 활용 실태' 감사 중간결과에 따르면 전임 문재인 정부 청와대와 국토부 관계자들이 집값 통계에 개입한 발언이 다수 드러났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재인 전 대통령 취임 직후 2017년 6월 초부터 청와대 정책실은 부동산원에 1주일마다 나오는 '확정치'가 아닌 '주중치'와 '속보치'도 보고하라고 했다. 부동산원은 주중 조사가 법상 문제가 될 수 있다면서 12차례에 걸쳐 중단을 요청했지만 청와대와 국토부는 이를 묵살했다는 게 감사원의 설명이다.
집값 변동률 주중치가 전주보다 높게 나올 때는 청와대와 국토부가 현장점검을 지시하거나 '세부 근거를 내라'고 요구하는 등 부동산원에 직접적인 압박을 했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2019년 2월부턴 부동산원이 표본조사조차 무의미하다고 판단하고 변동률을 임의로 예측해 보고하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서울 집값이 다시 오르기 시작한 2019년 6월 이후부터 국토부는 더 노골적으로 통계 조작을 요구했다. "한 주만 더 마이너스로 부탁드리면 안 되겠느냐"는 등의 식이다. 심지어 국토부는 부동산원 원장 사퇴를 종용하거나 조직과 예산을 날려버리겠다고 발언하는 등 부동산원 강하게 압박했다는 게 감사원 측의 설명이다.
시민단체 출신인 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의 질책성 발언도 조사에서 드러났다.
2020년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김현미 전 국토부 장관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3년간 서울 집값 상승률이 11%'라고 발언해 논란이 됐다. 이에 당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문 전 대통령 취임 후 아파트값 상승률이 52%에 달한다며 비판했다.
김 전 실장은 국토부에 "적극적으로 감정원(한국부동산원)의 우수한 통계를 홍보하세요. 경실련 본부장이 날뛸 때 강하게 반박하라는 말입니다", "그렇게 소극적으로 합니까"라고 따졌다고 감사원은 설명했다.
2020년 이후 집값이 상승 추세를 이어가자 청와대 관계자는 "서울 (변동률)을 지난주보다 아래로만 하라", "주택정책과장은 지금 뭐 하는 건가", "양천, 동작구 전세가 너무 오른 것 아닌가. 국토부에 살펴보라 해라"라는 등 수시로 압박을 가했다.
감사원 관계자는 브리핑에서 "업무 관련자들의 카카오톡과 문자메시지 등에서 대화 내용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압박성 발언이었는지 당사자들 입장이 다를 수 있지 않느냐'는 기자 질문에는 "대화 전후 정황, 연결된 사람들 조사 등을 통해 압박성 발언이었다는 것을 교차 확인했다"고 답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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