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일 것’이라던 영화적 상상 속에서나 있을 법한 기상천외의 꼼수를 동원한 조작 정황이 넘친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이 스스로 조작하지 않으면 못 견디도록 뒷골목 건달들이나 하는 협잡을 서슴지 않았다. “한 주만 더 마이너스로 조정해라” “수치가 잘못됐다” “윗분들이 부동산대책 발표의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는 파렴치한 지시로 집값 통계를 꽁꽁 묶었다. 주 1회 집값 확정치 발표를 주중치·속보치· 확정치로 나눠 주 3회 산출토록 변경한 뒤 사전열람하며 ‘공표 전 제공·누설’을 금한 통계법을 위반한 것은 애교 수준이다.
청와대와 국토부는 부동산원이 불법적 주중 조사 중단을 12차례나 요청했음에도 묵살했다. 나아가 주중치를 낮게 추정토록 압박하고, 이 추정치대로 확정치가 나오게 만들라고 지시했다. 부동산원이 부당한 지시에 반발하고 저항하자 국토부는 “예산과 조직을 날려버리겠다”고 협박도 했다. 얼마나 시달렸으면 부동산원이 2019년 2월부터는 아예 가격조사를 생략한 채 집값 주중 변동률을 임의로 예측해 보고하기까지 했을까. 청와대와 국토부는 이렇게 허위로 산출된 주중치마저 높다며 ‘더 낮은 확정치를 가져오라’고 호통치고 관철했다.
소득과 고용통계 조작 행태도 믿기 어려울 정도다. 엉뚱한 소득주도성장 정책으로 집권 첫 분기인 2017년 2분기부터 가계소득 급감이 나타나자 문 정부는 ‘고소득자 가중치’를 높이는 방식으로 소득 증가율을 조작했다고 한다. 또 기대와 달리 소득분배가 끝없이 악화 중인 사실을 불법 사전 보고로 확인한 뒤에는 표본 조정, 기준 변경, 임의 조작 등 갖은 편법 불법을 자행했다. 이런 조작을 거쳐 분배 악화는 분배 개선으로 돌변했고 ‘소주성 효과’라며 대대적 홍보가 이어졌다. 최저임금 급등으로 취약층을 중심으로 고용시장이 얼어붙었을 때 ‘긍정적 효과가 90%’라던 문재인 대통령의 뜬금없는 발언도 조작 결과였음이 드러났다.
문 정부는 ‘비정규직 제로’ 선언 이후 오히려 기간제 근로자가 사상 최고 수준으로 급증한 데 대해서도 조작으로 대응했다. ‘고용예상기간’을 한 번 더 질문하는 ‘병행조사’를 실시한 탓에 나타난 현상이라며 거짓 해명으로 일관했다. “기간제 급증은 아주 이례적이고, 있을 수 없는 수치”라며 병행조사 탓으로 돌리라는 청와대 호통에 통계청은 분석도 하지 않고 병행조사 효과를 23만~39만 명으로 뚝딱 추정해냈다. ‘이 숫자도 약하다’며 청와대가 ‘30만~50만 명’을 주문하자 최종 발표가 그대로 나는 어이없는 일도 있었다.
세계 10위권 선진국에서 자행된 통계 조작은 국정농단이라는 말로도 모자란 대국민 사기극에 다름 아니다. 사기극 주인공이 대통령이 관장하는 최고 권력기관이자 국정 컨트롤타워인 청와대라는 점이 더욱 낯부끄럽다. 문 정부가 입만 열면 민주주의를 들먹이고 국민을 앞세운 대목을 떠올리면 배신감은 감당하기 힘들 정도다.
부동산원에 대한 청와대와 국토부의 외압 행사 관련 경찰청 정보 보고가 있었던 점도 확인됐다. 사정기관이 단서를 발견했음에도 조치가 취해지지 않고 뒤늦게 범죄적 사실이 드러난 대목은 한국이 정상 국가인지조차 의심하게 한다.
문 정부는 문화계 기업 등 민간의 성과를 가로채 ‘자고 나니 선진국’이라고 자화자찬했다. 알고 보니 전체주의 중국도 혀를 내두를 통계 조작으로 국가 근간을 허물고 있었다. 정권교체가 없었더라면 뒤죽박죽 국가 통계와 잘못된 데이터에 기반한 엉뚱한 정책이 지속됐을 것이다. 생각만 해도 아찔한 일이다. 그런데도 문 정부 청와대 참모와 장·차관들은 “전 정부 통계조작이 아니라 현 정부 감사조작”이라고 받아쳤다. 검찰은 감사원이 수사 요청한 22명을 포함해 성역없는 수사로 연루자를 낱낱이 밝혀내 엄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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