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감사원에 따르면 2019년 10월 청와대 일자리수석실은 ‘8월 근로형태별 부가조사’ 발표를 앞두고 통계청으로부터 비정규직이 86만7000명 증가했다고 보고받았다. 통계청은 기간제 근로자가 79만5000명 늘었고, 청년층과 60세 이상 등에서 비정규직이 주로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일자리수석실은 통계청에 “기간제 79만5000명 증가는 아주 이례적인, 있을 수 없는 수치”라며 “병행조사 효과가 주된 원인이므로 통계 결과를 발표할 때 어떤 방식으로든 분석해 설명하라”고 지시했다. 당시 청와대 일자리수석은 황덕순 전 한국노동연구원 원장이었다.
일자리수석실이 언급한 ‘병행조사 효과’는 자신이 기간제 근로자라고 잘못 답한 사례가 섞여 있다는 의미다. 통계청은 매달 경제활동인구조사에서 ‘고용 계약 기간’을 정했는지 묻는다. 여기서 ‘정했음’에 표시한 사람은 비정규직의 여덟 가지 유형 중 하나인 ‘기간제 근로자’로 집계된다.
반면 정규직 또는 기간제가 아닌 시간제·파견 등 다른 7가지 유형에 속하는 비정규직 근로자는 ‘정하지 않았음’에 표시하게 되는데 이들은 ‘고용 기간’에 관한 질문을 추가로 받지 않는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구분하고, 비정규직 여덟 가지 유형에 속하는 인원이 각각 몇 명인지는 8월 시행한 부가조사에서만 가려졌다.
이런 가운데 통계청은 국제노동기구(ILO) 기준 강화에 따라 2019년 3월과 6월 경제활동인구조사 때 ‘고용 예상기간’을 물어보는 병행조사를 처음 실시했다. 일자리수석실 해석은 3월 첫 번째 병행조사 때 ‘정하지 않았음’ 답변자에게까지 ‘고용 예상 기간’을 묻자, 이들 중 상당수가 3월 이후 답변을 ‘정했음’으로 바꿨고, 그 결과 8월 부가조사에서 기간제 근로자로 포착된 사람이 크게 늘었다는 것이다.
이후 통계청은 청와대에 병행조사 효과가 23만2000~36만8000명으로 추정된다고 보고했다. 문제는 실제 병행조사 효과가 존재했는지, 존재했다면 그 수치는 어느 정도인지는 전혀 검토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하지만 청와대는 “이 정도예요? 최소, 최대가 30만에서 50만이죠?”라고 물으면서 재보고를 요구했다.
결국 통계청은 병행조사 효과가 ‘약 35만~50만 명’이고 ‘(비정규직 증감은) 전년도와 비교 불가하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작성해 청와대에 보냈다. 이후 청와대는 보도자료의 인포그래픽에서 비정규직 ‘87만7000명↑’ 등의 증감 수와 표시까지 모두 삭제하도록 했다는 게 감사원의 결론이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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