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대 초반, 외국인 관광객 등이 점차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들을 수용할 수 있는 숙박시설이 부족하다는 우려가 관광 부문을 중심으로 제기됐습니다. 이후 국내 호텔과 객실 수는 꾸준히 늘어났습니다.
동시에 일반적인 관광호텔이나 비즈니스호텔 이외의 숙박 형태도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 등에 따른 수요가 있다는 점도 지적됐습니다. 외국에서는 흔히들 비앤비(Bed and Breakfast)라 부르는 유형으로 이를 우리식으로 생각하면 '민박집'입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개인 주택 등의 남는 방을 숙박 객실로 활용하는 영업이 제한됩니다. 종종 주거용 오피스텔로 숙박업을 영위하다가 적발되는 것이 대표적인 예시입니다. 현행 규정에 따르면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외국인 관광 도시 민박법, 한옥체험업, 농촌민박업 등이 허용되며 이를 위반하면 공중위생관리법에 따라 처벌됩니다.
2012년에 도입된 생활형숙박시설(생숙)은 이런 배경에서 살펴봐야 합니다. 생숙의 가장 큰 특징은 주거용 오피스텔과 유사한 건축물을 숙박업 용도로 사용토록 허가된다는 것입니다. 본질은 비주택이니 주택법이 아닌 건축법을 따르고, 다주택자 규제나 종부세 등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분양사업자의 사업계획 승인 절차 등도 주택과 달리 적용됩니다.
생숙의 문제는 관광산업이 업황의 등락, 즉 경기를 탄다는 것입니다. 관광수요에 연계된 숙박수요는 일시적인 증감이 자연스럽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충격의 여파는 극에 달했습니다. 국가 간의 이동은 물론 국내 이동도 급감하면서 관련 산업은 치명타를 맞았습니다.
이 와중에 생숙은 살길을 찾아 팔렸습니다. 분양단계에서 '아파트와 똑같다'면서 수분양자들에게 광고했기 때문입니다. 물론 여기에는 종합부동산세를 산정할 때 주거용 오피스텔도 주택 수로 포함하는 등의 부동산 규제도 한 몫을 했습니다. 과거였다면 주상복합 아파트로 지어졌을 건물들이 부동산 규제를 피해 줄줄이 주거용 오피스텔의 형태를 취했는데 여기에 오피스텔에 대한 규제가 추가되자 다음으로 생숙의 형태를 따른 것입니다.
이런 결과로 본래의 목적이 아닌 주거용으로 사용하거나 임대하려는 수분양자들이 점차 늘어나자 정부는 생숙의 주거용도 사용을 금지하고 위반할 때 이행강제금을 부과하는 조처를 했습니다. 그러면서 내달까지 유예기간을 뒀습니다. 이와 관련해 전입신고 없이 실거주하거나 월세로 장기 임대하는 편법도 있겠지만 적법성을 확신하긴 어렵습니다.
규제강화를 둘러싸고 논란이 일어나자 정부는 기존 생숙을 오피스텔로 용도 변경할 수 있도록 했지만, 현실은 만만치 않습니다. 용도 전환 시 충족해야 하는 오피스텔 관련 법규들이 생숙이 당초 건립될 때의 기준과 상이하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인 것이 주차시설입니다. 숙박시설에서는 투숙객 모두가 자차를 이용하는 것은 아니므로 주차 요구 면적이 상대적으로 적어도 문제가 되지 않지만, 주거용으로 쓰인다면 차량을 보유한 가구가 급증합니다. 가구별 전용면적이 크다면 보유 차량이 여럿일 수도 있습니다.
생숙을 있는 그대로 오피스텔로 전환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기준 완화와 관련해서는 중앙부처와 지자체들이 서로 책임을 미룰 수도 있고, 만약 오피스텔이 들어설 수 없는 지구단위계획이 적용되는 지역이라면 해당 지역의 도시계획이 틀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용도변경에 따른 사실상의 특혜 논란이 벌어질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이 문제는 결국 시장에 맡기는 것이 최선으로 보입니다. 적어도 허위 또는 과장된 분양 홍보에 따른 손해배상의 문제나 편법적인 임대방식적용까지는 그렇습니다. 소유자가 실거주를 목적으로 사실상의 주택으로 사용하는 경우에는 전입신고 등이 여전히 문제로 남습니다.
이렇듯 현시점에서 생숙에 대한 논란은 오롯이 주거 용도로서의 사용입니다만, 그것은 당장의 이슈일 뿐입니다. 오히려 정책을 다루는 입장이라면 생숙이라는 건축물의 유형을 도입한 당초의 정책목표가 실현되었는지의 여부를 다시금 살펴봐야 합니다.
물론 우리 사회를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기 위한 다양한 시도라는 측면만으로도 생숙의 정책가치는 충분합니다. 기존의 호텔 이외의 관광 등 단기 숙박시설을 확충·도입하겠다는 방침이 지금 체계에서 충분히 구현될 수 있을지는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합니다. 이에 따라 관련 제도의 보완이나 폐지까지도 반영해야 합니다. 즉 생숙에 대한 근본적인 검토가 필요합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이은형 (재)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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