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새 대표이사 네 번 교체한 락앤락… 마음 조급한 어피너티

입력 2023-09-17 11:36  

이 기사는 09월 17일 11:36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주방생활용품 제조기업 락앤락이 최근 1년 새 대표이사를 네 차례 교체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대주주인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가 이례적인 대표 연속 교체 행보를 이어가고 있지만 락앤락은 쉽사리 활로를 찾지 못하고 있다.

1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락앤락은 지난 15일 이영상 대표를 신규 선임했다고 공시했다. 이 대표는 2019년부터 4년간 투썸플레이스를 이끈 소비재 산업 전문가다. 어피너티와는 오비맥주의 최고재무책임자(CFO)로 일하며 합을 맞춘 경험이 있다.

이 대표 선임으로 락앤락은 최근 1년 새 네 번째 대표를 맞이하게 됐다. 지난해 9월 30일 기존 김성훈 김성태 공동 대표체제에서 김성태 단독 대표로 전환한 락앤락은 이듬달 이재호 전 LG전자 부사장을 신임 대표로 내세웠다. 김 전 대표는 단독 대표 자리를 한 달도 채 지키지 못하고 자리에서 내려왔다.

이 전 대표 체제도 1년을 넘기지 못했다. 락액락은 지난 7월 락앤락 동남아 영업을 총괄하던 천해우 부사장을 대표로 선임했다. 업계에선 천 부사장을 필두로 락앤락이 당분간 해외사업을 강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지만 천 부사장 체제도 이 대표가 오면서 두 달여 만에 막을 내렸다.

한 기업을 이끄는 수장 자리를 1년 만에 네 번이나 바꾸는 건 굉장히 드문 일이다. 업계에선 락앤락이 좀처럼 부진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면서 조급해진 어피너티의 심정이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어피너티는 2017년 락앤락 지분 63.6%를 약 6300억원에 인수했다. 어피너티 인수 이후 락앤락은 줄곧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주력 제품인 밀폐용기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진 데다 제조 원가가 올라 수익성은 악화됐다. 2017년 인수 당시 516억원에 달했던 락앤락 영업이익은 지난해 23억원으로 급감했다. 2017년 말 3만원을 넘어섰던 락앤락 주가는 5000원대로 떨어졌다.

락앤락 정상화를 위해 갈 길이 바쁜 어피너티는 내부적으로도 혼란을 겪고 있다. 올 들어 박영택 회장, 이철주 부회장, 이상훈 한국 총괄 등 한국 창업 파트너들이 줄줄이 회사를 떠났다. 어피너티의 '아픈 손가락'인 교보생명을 비롯해 지난해 매각에 실패한 버거킹, 기업공개(IPO) 계획을 접은 SSG닷컴 등 어피너티의 주요 포트폴리오는 방향성을 잃고 표류하고 있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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