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지하 주차장 무량판 구조의 철근 누락 등 부실시공 논란이 커지면서 아파트를 직접 보고 구매할 수 있는 후분양 제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선분양과 달리 후분양 아파트는 실제 지어진 아파트(대체로 공정률 80% 이상)를 확인할 수 있다. 국내 주택시장은 공급자 중심의 선분양 방식이 대부분이었지만, 올해 들어 수요자 중심의 후분양 공급이 잇따르고 있다.
아파트는 분양 시점에 따라 크게 선분양과 후분양으로 나뉜다. 선분양은 착공할 때 아파트값의 10~20%인 계약금을 낸 뒤 아파트가 준공될 때까지 중도금, 잔금 등을 치르는 방식이다. 후분양은 이와 달리 공정률이 60~100%인 시점에서 분양한다.
후분양 제도가 선분양보다 소비자에게 유리한 이유는 아파트 구조가 어느 정도 올라간 것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선분양은 건설사가 제공하는 조감도와 견본주택을 참고해 아파트를 살지, 말아야 할지 결정해야 한다. 그러다 보니 조감도와 다른 부분이 있다든지, 실제 공정 과정에서 바뀌는 부분이 있더라도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요즘엔 부실 공사 논란과 하자 갈등도 잇따르고 있어 후분양 아파트 선호도는 더 커질 것이란 관측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전국 공동주택 하자 심사·분쟁조정위원회 사건 접수 건수는 2018년 3818건에서 2021년 7686건으로 3년 만에 두 배 이상 증가했다. 마감 불량부터 석재 파손, 누수·결로, 설계 도면과 다른 시공 등 다양한 사례로 하자 접수가 이뤄지고 있다.
후분양은 부실시공이 발생하면 미분양 발생에 따른 리스크를 건설사가 모두 떠안아야 하므로 자발적으로 품질 관리에 힘써야 하는 구조다. 최소한 골조 공사는 마무리 단계이기 때문에 수요자는 동별 배치와 주변 지형 등도 확인할 수 있다.
올해 분양한 후분양 단지는 모두 높은 경쟁률을 나타냈다. 지난 7월 서울 강동구에 후분양 단지로 공급된 ‘둔촌 현대수린나’는 1순위 평균 36.94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지난달 경기 평택에서 후분양한 ‘호반써밋 고덕신도시 3차’도 1순위 평균 82.33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완판(완전 판매)’ 단지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대우건설이 최근 서울 동작구 상도동에 공급한 ‘상도 푸르지오 클라베뉴’는 일반분양 401가구 모집에 5626명이 접수해 평균 14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내년 3월 입주를 앞둔 후분양 단지다. 지하 5층~지상 18층, 10개 동, 771가구(전용면적 59~84㎡)로 이뤄진다. 서울 지하철 7호선 장승배기역이 가까워 강남구청역까지 환승 없이 20분대 이동할 수 있다.
연내 공급되는 후분양 단지로는 동부건설이 경기 용인시 마북동에서 짓는 ‘용인 센트레빌 그리니에’가 있다. 지하 2층~지상 최고 19층, 3개 동, 171가구(전용 84~139㎡)로 구성된다. 입주는 다음달 예정이다. 단지에서 한성CC, 경기남부경찰청용인체력단련장CC 등이 가깝다. 단지 반경 700m 이내에 마북IC가 있어 경부·영동고속도로 진출입도 쉽다.
경기주택도시공사(GH)와 DL이앤씨는 경기 화성 동탄2택지개발지구 A94 블록에서 ‘동탄레이크파크 자연&e편한세상’도 후분양으로 선보인다. 지하 3층~지상 25층, 18개 동, 총 1227가구 규모다. 이 중 전용면적 74·84㎡ 907가구는 공공분양, 전용면적 95·115㎡ 320가구는 민간분양으로 공급한다. 2024년 6월 입주 예정이다. 미세먼지 저감 시스템인 ‘스마트 클린&케어 솔루션’이 도입된다.
한 분양업계 관계자는 “후분양은 여러 장점이 있어 갈수록 수요자가 증가할 것”이라며 “다만 일부 단지는 선분양에 실패한 뒤 미분양 이력을 숨기기 위해 후분양이라고 포장하는 경우가 있는 만큼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심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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