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대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전국 부동산 강제경매 건수는 지난달 6만8644건으로 집계됐다. 2020년 5월(6만9033건) 후 가장 많은 수치다.
경매는 크게 임의경매와 강제경매로 나뉜다. 강제경매는 법원 판결을 거쳐 경매하는 것이다. 강제경매가 증가한 데는 빌라 전세 사기, 역전세 등의 여파가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집주인이 보증금을 못 돌려준다고 버티면 세입자는 강제경매 절차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강제경매 빌라는 ‘깡통주택’일 가능성이 커서 유찰이 반복돼도 매각이 잘 이뤄지지 않는다. 서울 관악구 봉천동 A빌라 전용면적 40㎡는 작년 11월 임차인 요청으로 강제경매가 개시됐지만 지난달까지 여덟 차례 유찰됐다. 감정가 3억원짜리 빌라의 최저입찰가가 600여만원에 불과했는데 아무도 입찰에 나서지 않고 있다. 대항력 있는 임차인의 보증금 2억4500만원을 승계해야 하는 만큼 수익을 내기 어렵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서울 금천구 시흥동 B빌라(전용 38㎡)도 임차인이 신청한 강제경매다. 작년 3월 경매가 개시된 이후 1년6개월 동안 16차례 유찰이 반복됐다. 감정가가 1억6300만원인데 전세보증금이 1억6700만원으로 전형적인 깡통주택이다. 투자자가 임차인의 보증금을 주면 시세보다 비싼 값에 매수하는 것이어서 매각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
경매가 난항을 겪으면서 임차인이 직접 빌라를 인수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인천 미추홀구 주안동 C빌라 전용 37㎡는 임차인이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해 작년 9월부터 경매 절차에 들어갔다. 하지만 지난 6월까지 여섯 차례 유찰이 이뤄졌다. 7차 매각일에는 임차인이 직접 감정가(8500만원)의 11.7%인 100만원에 낙찰받았다. 세입자의 보증금 7900만원에 100만원을 합친 8000만원에 빌라를 매입한 셈이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아파트는 전셋값이 회복하면서 세입자가 강제경매를 신청하는 사례가 줄고 있지만 빌라는 여전히 강제경매가 잇따른다”며 “빈번한 유찰로 빌라 매각 자체가 어려운 만큼 전세 임차인의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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