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작년 10월부터 올해 1월까지 늘어난 금융권의 수신 잔액은 96조2504억원으로 집계됐다. 집계액에는 은행권의 1년 이상 2년 미만 정기예금과 저축은행·신협·상호금융·새마을금고의 수신 증가액이 포함됐다.
이는 작년 하반기 은행권을 중심으로 금리 인상이 본격화한 상황에서 레고랜드발(發) 유동성 위기가 겹쳐 자금 경쟁에 불이 붙자 금융권 예·적금 금리가 치솟은 데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당시 은행들은 채권시장이 얼어붙으며 자금 조달 창구가 막히자 예금금리를 연 5%대까지 높여 시중 자금을 끌어왔다. 2금융권도 은행권으로의 자금 이탈을 막기 위해 금리가 연 7%대에 이르는 특판 상품을 연달아 출시했다.
금융권에선 예·적금 만기가 통상 1년 단위로 돌아오는 만큼 대규모 자금 재유치를 놓고 다시 수신금리 경쟁이 벌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시중은행에선 이미 최고 연 4%대 금리를 주는 예금이 나오는 등 경쟁 과열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이날 기준 최고 연 4%대 금리를 주는 정기예금 상품은 전북은행의 ‘JB 123 정기예금’(연 4.15%), SC제일은행 ‘e-그린세이브예금’(연 4.1%), 대구은행 ‘DGB 정기예금’(연 4.05%) 등이다.
2금융권도 고금리 특판을 내놓고 있다. 새마을금고는 지난달 초부터 연 5%대 금리를 적용하는 특판을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충청권의 한 금고에서는 18일까지 연 8%대 금리를 제공하는 특판 적금을 판매한다.
금융당국도 대규모 자금 만기를 앞두고 예·적금 금리 모니터링 등 시장 점검을 강화할 계획이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저축은행 등 상호금융권 관계자들을 불러 다음달 중순까지 자금 재유치 상황과 금리 수준을 매일 보고하라는 지침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소현 기자 y2eonlee@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