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ATM서 인출해 코인 거래…국내 거래소서 처분, 위법 아냐"

입력 2023-09-17 18:27   수정 2023-09-18 00:30

해외에서 현금자동입출금기(ATM)로 외화를 인출해 현지 거래소에서 암호화폐를 산 뒤 이 암호화폐를 국내 거래소에서 처분해 시세차익을 거두더라도 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법원 판결이 확정됐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구지방법원 경주지원(김재승 판사)은 대구세관이 과태료 약 4700만원을 부과한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A씨가 제기한 소송에서 지난달 말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최근 대구세관이 항소를 포기하면서 과태료 취소가 확정됐다.

A씨는 2021년 국내보다 싸게 암호화폐를 사기 위해 지인에게 은행 체크카드를 주고 일본에서 ATM으로 외화를 인출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는 이 같은 방법을 통해 1134차례에 걸쳐 102만달러(약 13억5000만원)를 인출해 현지 거래소에서 암호화폐를 매입했다. A씨는 그 후 이 암호화폐를 국내 거래소로 옮겨 팔아 현금화했다. 똑같은 암호화폐가 외국 거래소보다 국내 거래소에서 더 비싸게 거래되는 이른바 ‘김치 프리미엄’ 현상의 효과를 누리기 위해서였다.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한 대구세관은 “‘외국환 취급기관 등을 통하지 않고 지급 또는 수령했을 경우에는 이를 기획재정부에 신고해야 한다’는 외국환거래법 16조를 위반했다”며 A씨에게 과태료를 부과했다.

하지만 대구세관 측 주장은 법정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법원은 “은행이 승인하지 않았다면 A씨가 일본에서 ATM을 통해 외화를 인출하는 것이 불가능했을 것”이라며 “지급 일시, 장소, 금액 모두 은행 전산기록에 남아있기 때문에 단지 서류를 제출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외국환거래법 규제 목적이 훼손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외국환 취급기관(은행)을 통한 지급’이란 의미를 ‘외국환 취급기관의 기능을 이용한 지급’이란 의미를 넘어 ‘외국환 취급기관에 사유와 금액을 고지한 지급’으로 해석할 근거가 없다”고도 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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