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과 전동화라는 패러다임 변화로 모빌리티 업계가 격변하고 있다.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시대가 막이 오르며 완성차 업체는 새로운 기회를 맞았다. 전기차가 내연기관차에 비해 구조가 단순해 편의사양 탑재 공간이 많아진 덕분이다. 반면 부품사는 울상이다. 전기차에 탑재되는 부품 수가 줄어들면서 수익성 감소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전기차 시장에서 심화하고 있는 가격 인하 경쟁도 악재다. 전기차 부품 종류는 한정돼 있고 성능은 상향 평준화된 상황에서 부담이 부품사에 전가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수익성 감소로 근심하는 국내 부품사가 미래차 핵심 기술 확보에 공을 들이고 있는 배경이다.
글로벌 부품업체들은 미래 모빌리티 신기술 확보를 위해 인수합병(M&A)과 이종 업체 간 합종연횡에 한창이다. 독일 ZF 프리드리히샤펜은 전기상용차 자율주행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미국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전문업체 와브코를 70억달러에 인수했다. 1위 독일 보쉬는 미국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기업 인수를 진행하고 있다. 2위 일본 덴소는 파운드리 1위 업체 대만 TSMC의 일본 반도체 공장 신설에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래차 핵심 기술의 근간이 되는 소프트웨어(SW)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컨설팅업체 맥킨지&컴퍼니에 따르면 자동차 부품에서 SW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8년 10% 수준에서 2030년엔 30%까지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그간 압도적이었던 기계부품의 비중은 크게 줄어들 것으로 관측된다.
전동화 부문 경쟁력 강화를 위해 사업 체질 개선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현대모비스가 좋은 사례다. 이 회사는 전동화 부문 경쟁력 강화를 위해 올해 1조원 이상을 투자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전기차 파워일렉트릭(PE) 시스템 생산 설비를 내재화해 배치할 계획이다. 차량용 전력반도체 등 전동화 핵심부품 역시 설계 내재화를 추진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전 세계 고객사를 대상으로 전동화 수주를 크게 늘리지 않으면 미래 모빌리티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위기의식이 회사 기저에 깔려 있다”고 말했다.
소프트웨어 중심 모빌리티 대전환 시대에선 정부의 역할도 중요하다. 트렌드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만큼 시의적절한 정책적 뒷받침과 규제 정비, 연구개발(R&D) 지원 등을 제공해야 한다는 얘기다.
배성수 기자 baeb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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