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에른은 제조업 중심지이기도 하다. 2차 대전 때 군수물자 조달을 위해 기계, 항공, 화학 산업을 육성한 것이 계기가 됐다. 패전 이후 주요 기업이 소련 치하의 수도 베를린을 떠나 미국 통치지역인 바이에른으로 이주한 것도 다른 이유다. 지멘스, 아우디 등이 당시 본사를 옮겼다. 여기에 종전 후 2년간 바이에른에 설립된 자동차, 철강, 기계 기업만도 600개사다.
오래된 전통, 풍족한 농업, 건실한 제조업의 바이에른에 요즘 변화 조짐이 보인다. 낡은 이미지를 벗고 바이에른이 독일과 유럽의 하이테크 중심으로 변신하고 있다. 여기에는 기후변화, 코로나19, 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글로벌 이슈가 얽혀 있다.
먼저 전기차 전환을 위한 2차전지 시장이 뜨겁다. 2045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한 독일에서는 전기차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바이에른은 BMW, 아우디와 상용차 MAN은 물론 셰플러, 브로제 등 부품업계의 히든 챔피언 1100개사가 포진하고 있는 거대한 자동차산업 집결지다. BMW와 아우디의 내연기관 생산 중단이 가시화하면서 2차전지가 부상한 것이다. 독일은 2030년까지 약 500GWh의 2차전지를 생산할 예정이며, 바이에른에도 2차전지 생산시설과 연구개발센터가 지어지고 있다.
코로나19로 타격을 입었던 반도체에서도 반전을 노리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전략물자의 중요성을 자각하고 현재 10%에 불과한 EU산 반도체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2030년까지 20%로 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에 따라 독일 최대 반도체 기업 인피니온과 미국 기업 텍사스 인스트루먼트·인텔의 본사인 뮌헨도 바빠졌다. 유럽 반도체산업은 생산능력이 부족해 한국과 대만에 생산을 의존했고, 코로나가 터지자 공급난에 시달렸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독일 생산시설을 늘리면서 반도체의 중심인 뮌헨이 무대로 다시 등장한 것이다. 현지에서는 공급망 자립과는 별개로, 반도체 가치사슬 완성을 위해 한국 등 해외 기업과의 협력이 필수라고 입을 모은다.
마지막으로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의 비즈니스가 본격화하고 있다. 애플은 올 초 앞으로 6년간 10억유로를 유럽에 추가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또 뮌헨에는 구글, 아마존 등에 수천 명의 직원이 근무 중이다. IT업계는 아이디어 교환을 위해 모이는 경향이 있어 뮌헨의 입지는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요즘은 코로나와 러우 사태로 재택근무와 해킹이 늘어나면서 IT 보안 이슈가 뜨겁다.
한국의 2차전지, 반도체, IT는 내수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겪으며 성장했다. 한국 미래 산업의 브랜드 가치가 높아진 지금 글로벌 시장에서 우리 기업의 이력은 훈장으로 인정받기도 한다. 신냉전, 신보호주의 시대에 생존을 위해서는 현지 시장과 밀접해져야 한다. 멀게 보이던 독일의 바이에른, 뮌헨이 새롭게 다가오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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