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창기 이디야커피 회장은 최근 몽골 출장을 갔다가 울란바토르의 중심에 위치한 수흐바타르 광장에서 한국 커피믹스를 파는 노점을 우연히 마주쳤다. 노점 상인은 보온병과 일회용 컵, 커피믹스를 탁자 위에 올려놓고 즉석에서 커피를 타서 현지인들에게 팔고 있었다. 커피믹스 브랜드는 다름아닌 이디야 '비니스트'였다.
○K열풍 타고 커피믹스 해외 매출 급증
한국 스틱형 인스턴트 커피가 드라마·영화 등을 통해 해외에 퍼지면서 국내에선 후발주자인 이디야가 그 수혜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18일 업계에 따르면 이디야의 올 상반기 비니스트 커피믹스의 해외 매출이 전년 동기대비 227.0% 증가했다. 이디야는 2021년 4월 미국에 커피믹스의 첫 수출길을 뚫은 이후 중국과 몽골, 대만, 호주 등 지금까지 총 19개국으로 수출 지역을 확대하고 있다.
최근 'K푸드' 열풍이 뜨거운 몽골에선 CU, GS25 등 현지에 진출한 편의점 채널을 타고 커피믹스 판매가 급증하고 있다. 몽골 전역에 있는 336개 CU 매장에서 판매된 이디야 커피믹스의 매출은 올들어 8월까지 전년동기대비 49.0% 증가했다. 8월만 보면 매출이 전년동월비 318.0% 늘었다.
이디야 뿐 아니라 남양유업도 커피믹스 제품인 '프렌치카페'의 해외 매출이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프렌치카페 커피믹스 해외 매출은 전년비 12.2% 증가한 46억원을 올렸다.
이디야나 남양유업은 국내 커피믹스 시장에선 점유율이 미미하다.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커피믹스를 포함한 조제커피 점유율은 남양유업이 7.9%, 이디야 0.2%에 그친다.
○동서식품 대신 신시장 개척하는 후발주자
국내 커피믹스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곳은 '맥심'과 '카누' 브랜드를 보유한 동서식품이다. 점유율이 87.9%로 압도적이다. 동서식품은 1976년 커피믹스를 최초로 개발한 회사이기도 하다. 하지만 동서식품은 K푸드 열풍에서 소외될 수 밖에 없는 처지다. 맥심브랜드 파트너사인 몬델리즈와의 관계에 따라 직접 커피믹스를 수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동서식품은 ㈜동서와 몬델리즈홀딩스 싱가포르법인이 각각 50%의 지분을 나눠갖고 있다.
현지 벤더사들이 동서식품의 커피믹스를 수입해 해외에서 유통하기도 하지만, 대규모 물량 공급이나 신시장 개척이 어려운 상황이다.
문 회장은 비니스트 개발 초기부터 동서식품이 진출하기 어려운 해외 시장을 겨냥한 것으로 전해진다. 국내에선 점유율을 뒤집기 어렵겠지만 해외라면 승산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디야가 2020년 경기도 평택시에 연 면적 1만3064㎡ (약 4000평) 규모의 커피생산시설을 지은 것도 국내 프랜차이즈 사업 뿐 아니라 해외 사업을 염두에 둔 투자다.
식품업계에선 K커피믹스가 편의성이나 다양한 맛 등의 강점이 있는 만큼 해외 시장에서 경쟁력이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한국 드라마와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커피믹스에 대해 해외에서 문의가 많이 들어온다"며 "커피믹스의 원조인 동서식품이 해외에 직접 진출을 하지 못하는 만큼 후발주자들에게 기회가 생기고 있다"고 했다.
aT 수출입정보에 따르면 커피믹스를 포함한 조제커피의 수출액은 지난해 3억2994억달러로 전년비 4.7% 증가했다.
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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